역사 인물 산책 72

나라님 셋을 섬긴 여인 - 하희夏姬

자령子靈의 여자(곧 하희夏姬를 말함)가 사내 셋을 살해했다. 나라님 하나에 아들 하나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한 나라도 망치고 두 재상도 몸을 피했으니,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지나친 아름다움은 분명 지나친 추함도 있다고 했으니, 이 여인은 정鄭 나라 목공穆公의 작은이 요자姚子의 딸로서 자학子貉의 누이이다. …….” (子靈之妻殺三夫, 一君, 一子, 而亡一國, 兩卿矣. 可無惩乎? 吾聞之 : “甚美必有甚惡, 是鄭穆公少妃姚子之子, 子貉之妹也.……,”) '소공28년昭公28年' 무슨 일 있어 주림으로 가시나요? 하남 찾으러 갈 뿐입니다. 주림에 이르지 않았나요? 하남 찾을 생각뿐입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주읍 교외에 멈추었지요. 네 필 망아지에 내 몸 올려, 주읍에 이르러 아침을 먹는답니다. 胡..

매맞은 임금-초평왕楚平王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의 묘를 파헤치고 주검을 꺼내어 3백 대의 매를 때린 뒤에야 채찍을 내려놓았다. (伍子胥乃掘楚平王墓, 出其尸, 鞭之三百, 然後已.)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 “대왕, 따라온 계집종을 매만져 곱게 꾸민 뒤 동궁으로 들여보내면 될 것이옵니다.” 초나라 평왕의 명을 받아 태자비를 맞으러 진나라로 건너간 이는 태자 건建의 소부 비무기費無忌였다. 태자비로 예정된 이는 맹영孟贏, 바로 진나라 왕 애공哀公의 누이였다. 태자비를 맞으러 진나라 왕궁에 들어간 비무기는 맹영을 보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뛰었다. 바르지 못하고 간교한 신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좀 더 움켜쥐어야 할 권력만이 모든 것이었다. 비무기의 머릿속은 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 기회를 자기 것으로 ..

중국의 첫 번째 부자 범려范蠡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중국 옛적에도 권력이 있으면 돈도 따른다고 했겠다, 춘추 말엽 중국 동남방에 치우친 큰 땅, 월越 나라 군주 구천勾踐을 재기하게 만든 범려쯤 되면, 재물을 통째로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범려는 현명한 인물이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성신퇴功成身退'를 몸소 실천했다. 공을 세워서 이룬 뒤에는 자리를 물러나는 지혜, 그렇다,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지식'이라지 않고 '지혜'라고 이른다. 때는 기원전 536년, 춘추시대 초楚 나라 땅에서 태어난 범려는 집안은 비록 한미했지만 끊임없는 자기 연마로 박학다재했다. 이런 그를 당시 초나라 위정자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정치가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곳에서 제 뜻을 펼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동쪽..

매화를 아내로 맞은 사나이 - 임포林逋

衆芳搖落獨暄妍, 占盡風情向小園.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霜禽欲下先偷眼, 粉蝶如知合斷魂. 幸有微吟可相狎, 不須檀板共金樽. 온갖 꽃 떨어진 뒤 홀로 고운 자태로 작은 동산의 풍광을 모두 차지했구나. 성긴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잠기니, 그윽한 향기 어렴풋한 달빛에 풍기네. 하얀 학 앉으려다 먼저 슬며시 살펴보고, 나비 미리 알았다면 심히 부끄러웠으리. 다행히 시 읊조리며 친해질 수 있으니, 노래하고 술 마시며 흥 돋울 일 없어라.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의 두 도막 가운데 첫 번째 도막이다. 매화 특유의 자태가 드러내는 아름다움과 고결한 품성이 그대로 보인다. 매화가 어렴풋한 달을 만났으니 이 또한 멋진 풍광인데, 성긴 가지가 달빛에 은은한 그림자 만들며 맑은 물에 잠긴 모습은 바로 이 시를 읊..

서한의 마지막 화친공주-왕소군王昭君

선우는 한나라의 사위가 되기를 원한다고 아뢰었다. 원제는 후궁의 좋은 집안 출신 왕장, 곧 왕소군을 선우에게 내렸다. 선우는 기뻐하며, ……. (單于自言愿婿漢氏以自親. 元帝以後宮良家子王墻字昭君賜單于. 單于歡喜, …….) '흉노전匈奴傳' 가을날 숲은 우거져도 온 산엔 나뭇잎 누렇게 시드나니, 산속 새들은 뽕나무에 모여 목청껏 노래하누나. 고향 산천이 길러낸 풍만한 깃털 반짝반짝 매끄럽구나. 흘러온 구름 따라 궁중 규방으로 데려가도다. 행궁은 넓고 넓지만 외롭고 쓸쓸하여 가냘픈 몸뚱이 햇빛도 못 보리니,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아 도무지 버틸 재간 없네. 예물을 보냈을지라도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네. 어찌하여 나 홀로 이리 사나운가, 멋진 팔자 돌아오지 않으니. 훨훨 나는 제비는 멀리 서강西羌으로 날아가는데,..

탐욕이 불러온 죽음 - 화신 和珅

안팎의 여러 신하들이 소를 올리며 화신이 큰 죄를 저질렀다고 아뢰었다. 황제는 일찍이 화신을 재상에 임명했었기에 차마 저자에서 사형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자진하도록 하였다. (內外諸臣疏言和珅罪當以大逆論, 上猶以和珅嘗任首輔, 不忍令肆市, 賜自盡.) '화신전和珅傳' 오십 년이 참으로 꿈이로다, 오늘 이 세상 떠나려네. 뒷날 태평한 날 말할 때, 그 넋이 나라고 인정하리라. 五十年來夢幻眞, 今朝撒手謝紅塵. 他日唯口安瀾日, 認取香魂是後身.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 흰 비단을 제 목에 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신和珅이 남긴 절명시이다. 절명시란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또는 목숨을 끊기 전에 지은 시를 말한다. 그렇다면 화신은 왜 흰 비단으로 목을 매어 스스로 제 목숨 끊어야 했을까? 그것도 이제 갓 쉰 한창 ..

황제가 사랑한 여인-이사사李師師

"폐하께서는 귀하신 천자의 몸, 못 하실 일 없사오니, 그저 뜻대로 마음껏 즐기소서." 북송의 여덟 번째 황제 휘종徽宗을 곁에서 모시던 간신 고구高俅가 이렇게 부추겼다. 그러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함께 근질근질하던 휘종은 흥성거리는 저자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짐이 궁궐에 갇혀 일반 백성이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니, 오늘 이들이 사는 저자에 한 번 나가고 싶소." 간신은 예나 이제나 나라의 안녕보다는 황제의 굄을 차지하여 제 이익을 손에 넣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고구는 서생의 의복을 즉시 휘종 앞에 내놓았다. 미복을 입은 이들 일행이 궁문을 빠져나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어둠이 내리자 이른 곳은 금환항金環巷, 북송의 도성 변경汴京(지금의 허난성 카이펑開封)에서도 기녀가 남자들을 맞아들이는 집들이 잇대..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한 사랑-설도薛濤

마당에 오래된 오동나무 한 그루, 줄기가 구름 속까지 솟았네. 庭除一古桐, 聳干入雲中. 정원 오동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던 설운薛鄖이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낮게 읊조렸다. 그러자 이제 겨우 여덟 살 난 그의 딸 설도薛濤가 아버지의 시에 금세 대구를 내놓았다. 가지는 이곳저곳 새 다 맞아들이고, 나뭇잎은 오가는 바람 다 배웅하네.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설운은 몹시 기뻤다. 어린 딸의 타고난 천재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운은 자못 걱정스러웠다. 대구로 내놓은 시의 내용이 딸의 앞날을 스스로 예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 사람됨이 강직하여 바른말을 마다 않던 설운이 조정 대신들의 미움을 받으며 사천 지방으로 폄적되었다. 집안 식구들은 번성하고 화려한 도성 장안을 떠나 산 넘고 물 ..

우아한 말싸움-장자莊子와 혜시惠施

초나라 위왕이 장주가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사자에게 두둑한 예물을 들려 보내며 그를 맞아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다. 장주는 웃으면서 초나라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천금은 굉장히 큰돈이외다. 또 재상은 정말 높은 자리외다. 그런데 그대는 제사지낼 때 쓰이는 소를 아예 못 보았단 말이오?” (楚威王聞莊周賢, 使使厚幣迎之, 許以爲相. 莊周笑謂楚使者曰 : “千金, 重利 ; 卿相, 尊位也. 子獨不見郊祭之犧牛乎? …….”)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 가운데 한 부분이다. 한 가지 더 가져온다. 이번엔 '추수秋水' 의 마지막 단락이다.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다리 위를 노닐다가 입을 열었다. “저 물고기가 참으로 유유자적하게 노닐고 있으니, 이게 바로 저 물고기의 즐거움이오.” 그러자 혜자가 맞받았다. ..

재물에 눈먼 사나이 석숭石崇의 끝장

석숭石崇의 자는 계륜季倫으로 청주靑州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이름은 제노齊奴였다. 어려서부터 기민하고 총명했으며 담력에다 지혜까지 갖추었다. 그 아비 석포石苞가 죽을 때가 되어 재산을 나누어 여러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오직 석숭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 곁에 있던 석숭의 어미가 불평을 하자 아비인 석포는 이렇게 일렀다. “이 아이가 지금은 비록 아무것도 없지만 뒷날 제 힘으로 뜻을 이룰 거외다.” 崇字季倫, 生于靑州, 故小名齊奴, 少敏惠, 勇而有謀. 苞臨終, 分財物與諸子, 獨不及崇. 其母以爲言, 苞曰 : “此兒雖小, 後自能得. '열전3列傳三' 화려했던 옛 일은 향이 남긴 재 따라 사라지고, 흐르는 물은 무정해도 풀은 절로 봄일세. 해질녘 봄바람에 새소리 애처롭게 들리는데, 흩날리는 꽃잎은 누대에서 ..

스물넷에 사형당한 여류 시인 어현기魚玄機

서경의 도교 사원 함의관의 여도사 어현기는 장안의 광대 집안 딸로서 자는 유미이다. 그녀의 아리따운 용모는 임금이 혹할 만큼 뛰어났으며, 생각은 절묘하였다. (西京咸宜觀女道士魚玄機, 字幼微, 長安倡家女也. 色旣傾國, 思乃入神.) 당唐 나라 말엽 황보매黃甫枚가 편찬한 가운데 '어현기가 녹교綠翹를 매질로 죽이다' 꼭지에서 맨앞 두 문장을 가져왔다. 버들 푸른 빛 쓸쓸한 물가까지 이어지고, 늘어진 버들가지 사이로는 멀리 누각 보이네. 물위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그림자, 꽃잎은 어옹의 머리 위로 떨어지네. 버드나무 뿌리는 물고기 숨는 곳, 나무밑동에는 객선이 묶였네. 비바람 소슬한 밤, 놀라 깨어나니 시름 더욱 깊어라. 翠色連荒岸, 烟姿入遠樓. 影鋪春水面, 花落釣人頭. 根老藏魚窟, 枝底繫客舟. 蕭蕭風雨夜, 驚夢復..

동아시아 최초의 여장군 부호富好

'부호富好'라는 이름은 상商 왕조 무정武丁 때의 갑골문에 보인다. 그녀는 살아생전에 제사를 주관했을 뿐만 아니라 정복 전쟁에도 참여하는 등 지위가 돋났다. 부호의 묘는 이른 시기 은허殷墟에 속하여 무정의 시기와 일치한다. 이 묘의 주인 부호는 당연히 무정의 배우자이다. 위의 글은 중국측 포털사이트 '소우거우[搜狗]'에서 가져왔다. 한평생 장렬한 삶을 살았던 이 사람 '부호富好', 3천 몇백 년 전, 세상을 떠나며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던 이 여성을 다시 우리 눈앞에 불러낸 이도 또한 여성이다.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기 위하여 발굴 현장을 지휘하던 마흔일곱 살의 고고학자 정전샹鄭振香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던 서른세 살 부호를 우리 눈앞에 다시 불러낸다. 지금으로부터 3천 6백여 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