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誤讀
노魯 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기夔는 다리가 하나뿐이라는데 믿을 만하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다리가 하나뿐이겠습니까? 기는 다른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단지 음률에 정통했을 뿐입니다. 요堯 임금께서, ‘이런 사람이라면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라고 이르며 악정樂正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러기에 군자가 이르기를, ‘기 한 분만 있으면 족足하다[夔有一, 足]’라고 했지, ‘기는 다리[足]가 하나[夔有一足]’라는 말이 아닙니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에서 한 부분 가져왔다.
잘못 읽으면 그릇되게 이해할 수밖에 없으니, 이는 글뿐만 아니라 세상에 두루 통하는 이치이다.
사람 잘못 읽고 긴한 자리에 앉히면 낭패가 코앞일 터. 시세 잘못 읽고 큰돈 던졌다가는 큰코다칠 터. 망신이나 봉변이 제 앞을 향해 돌진해오는 날, 이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또 하나. 모르는 체, 일부러 오독하는 이가 있으니, 잘 살필 일이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읽고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잘라서 제멋대로 써먹는 이가 있다. 특히 정치를 한다는 이들 가운데 이런 인물이 많다. 이들은 ‘정政’이 곧 ‘정正’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감춘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슬픈 일이다.
생활 속에서 말이나 글에 세심히 주의를 쏟아 하나하나 살피고 따지며 이치에 따라 정확히 판단해야겠다. 말이나 글을 포함한 모든 세상사에서도 두루두루.
* 위 인용문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관심 있는 이는 살펴보시라.
哀公問於孔子曰:“吾聞夔一足. 信乎?” 曰: “夔, 人也, 何故也足? 彼其無他異, 而獨通於聲. 堯曰:‘夔一而足矣.' 使爲樂正. 故君子曰:‘夔有一, 足. 非一足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