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9. 아홉째 마당 - 政

백성이 곧 하늘

촛불횃불 2022. 7. 21. 19:44

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물었다.

임금이라면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할까요?”

관중이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께서는 마땅히 하늘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환공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관중이 다시 말했다.

제가 말씀 올린 하늘은 가없이 넓고 넓은 하늘이 아닙니다.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지지하고 나라는 평안해지고,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도와주고 나라는 강대해집니다. 그러나 백성이 임금을 비난하면 나라는 위험에 빠지고, 백성이 임금을 배반하면 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유향劉向설원說苑』「건본建本가운데 한 부분이다.

  군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친 채 주색에 빠졌던 제나라 양공襄公의 뒤를 이어 자리에 오른 환공이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가 된 데에는 참마음으로 그를 보좌한 관중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제환공

  애초에 관중은 환공과 임금의 자리를 놓고 다투던 공자 규의 편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포숙아鮑叔牙가 공자 소백小白 쪽이었다. 공자 규 편에 섰던 관중은 망명지인 거 나라에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급히 귀국하던 공자 소백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죽은 줄 알았던 공자 소백이 위기를 넘기며 임금의 자리에 올랐으니, 바로 환공이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환공이 관중을 없애려고 했으나, 이를 막아서며 오히려 그를 재상으로 천거한 이가 포숙아이다. 환공도 대단하다. 자기를 죽이려던 원수를 재상으로 받아들인 배포가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관중의 말을 지나치지 않은 환공도 영명한 군주였지만, 임금 앞에 바른 소리 마다 않은 관중도 훌륭한 신하였다.

 

관중

  백성을 하늘로 받들지 않았던 임금의 끝장은 언제나 비참했다. 관중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환공에게 써서는 안 될 인물을 하나하나 까닭을 들어 아뢨지만, 그 뒤, 달콤한 말에 그만 머리가 흐려진 환공은 관중이 멀리하라는 이들을 가까이 두었고, 결과는 비극이었다.

  예나 이제나 백성이 하늘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백성을 저 아래 놓았던 존엄의 비극적인 끝장을 적잖이 만난다. 우리 곁에도 불과 몇 년 전 최고지도자였던 이가 영어의 몸이 되었다. 비극이 왜 이렇게 걸핏하면 반복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은 하늘이 준 두 개의 귀를 허투루 썼음이 분명하다. 말할 것도 없이 두 개의 눈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한문에 관심 있는 이는 보시라. 

 

 齊桓公問管仲曰王者何貴貴天.” 桓公仰而視天管仲曰所謂天者非謂蒼蒼莽莽之天也君人者以百姓爲天百姓與之則安輔之則強非之則危背之則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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