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8. 여덟째 마당 - 省 4

세 가지 위험

세상에는 세 가지 위험한 일이 있다. 덕이 모자라는데도 윗사람의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그 한 가지 위험한 일이요, 재능은 별로 없는데 지위가 높은 것이 또 한 가지 위험한 일이요,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는데 봉록을 후하게 받는 것이 마지막 한 가지 위험한 일이다. '인간훈人間訓'가운데 한 구절을 뽑았다. 덕이 모자라는데도 윗사람의 총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마다않는 게 사람이다. 제 재능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재능 있는 이 누르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온 힘을 다 쏟는 게 또 사람이다. 큰 공 세우지 않았는데도 녹봉은 후하게 차지하려는 게 사람이다. 욕망 때문이다. 절제되지 않은 욕망이 임계점을 넘어 탐욕으로 바뀌는 순간 죽음은 턱 앞이다. 인간의 욕망은 권력을 오로지하려는 자가 이용하는 덫이..

알파고의 무례無禮

그러기에 사람이 예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예가 없으면 이룰 수 없고, 국가도 예가 없으면 안정될 수 없다. (故人無禮則不生, 事無禮則不成, 國家無禮則不寧.) '수신修身'에서 가져왔다. 나는 바둑의 고수라는 중국의 커제柯潔가 알파고에게 세 번이나 잇달아 진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키득키득 한참이나 웃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바둑 고수 이세돌李世乭이 커제에 앞서 붙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한 판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는 바둑의 역사에서 마지막이 될 결과임에 분명하다. 나는 이런 대국을 세기의 대국이라 널리 알리며 자기 회사 선전에 열을 올리는 구글이 정말 염치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찼다. 염치없는 짓이란 바로 타자에 대한 예의를 잃은 행동을 낮잡아 이를 때 ..

한단학보邯鄲學步

그대는 연燕의 수릉壽陵에 사는 어떤 젊은이가 조趙의 서울 한단邯鄲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매우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한단에 가서 이들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결국 이 젊은이는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배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자기 걸음걸이 자세마저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땅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네. 「추수秋水」가운데 한 부분이다. 학문과 변론은 물론 사상가로서도 당대 최고라고 자부하던 조나라 사람 공손룡公孫龍에게 위魏 나라 공자 위모魏牟가 들려준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공손룡이 그만 벌렸던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칼날이 번득이고 피가 튀던 전국시대에 (이런 글을 남긴 장자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연나라 수릉의 이 젊은..

알묘조장揠苗助長

송宋 나라의 어떤 농부가 자기가 심은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어린 농작물을 하나하나 살짝 들어올렸다. 피곤했지만 만족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참 피곤하오. 내가 어린 농작물 싹이 잘 자라도록 좀 도와주었소.” 아들이 급히 달려가 살피니, 어린 싹은 벌써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이곳 한국 땅에는 옛적 이 농부처럼 제 자식을 다루는 부모가 있다, 아니 많다. 2천 몇백 년 전,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도 알묘조장하지 않은 이가 드물다고 한탄했지만, 이제 좀 가만히 두시라, 자식을 참으로 사랑한다면. 오로지 자연의 이치 따라 그냥 북돋아 주면 될 일이다. 엄동설한이 아무리 매서워도 오는 봄 앞에 무릎 꿇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