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8. 여덟째 마당 - 省

알파고의 무례無禮

촛불횃불 2021. 10. 30. 16:30

 그러기에 사람이 예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예가 없으면 이룰 수 없고, 국가도 예가 없으면 안정될 수 없다. (故人無禮則不生, 事無禮則不成, 國家無禮則不寧.)

 

 <순자荀子> '수신修身'에서 가져왔다.

 

바둑 대국 모습

 나는 바둑의 고수라는 중국의 커제柯潔가 알파고에게 세 번이나 잇달아 진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키득키득 한참이나 웃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바둑 고수 이세돌李世乭이 커제에 앞서 붙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한 판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는 바둑의 역사에서 마지막이 될 결과임에 분명하다. 나는 이런 대국을 세기의 대국이라 널리 알리며 자기 회사 선전에 열을 올리는 구글이 정말 염치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찼다. 염치없는 짓이란 바로 타자에 대한 예의를 잃은 행동을 낮잡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원래 사람끼리 마주 앉아 대국을 벌이도록 되어 있는 바둑을 인간이 만든 기계 알파고와 사람을 맞앉혔으니 이게 어디 될 말인가! 알파고의 수준을 알리려면 다른 이가 만든 또 다른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도록 하는 게 맞다. 인간이 만든 기기를 앞세워 저지르는 무례는 그 기기의 무례가 아니라 결국 인간이 저지르는 무례이다.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는 이세돌

 앞서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고 했는데, 실로 이 웃음은 눈물 섞인 웃음이다. 슬프거나 가슴 아플 때에 내지르는 웃음이야말로 눈물보다 진하지 않은가.

 무례가 도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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