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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만필 ②

4-나. 섭공자고葉公子高와 중니仲尼의 대화 a. 덕德의 중요성 섭공자고葉公子高가 제齊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중니仲尼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왕이 제게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라는 사명을 내렸으니, 그 책임이 참으로 큽니다. 사신을 대하는 제나라의 태도는 겉으로는 정중하지만 속셈은 태만합니다. 평범한 사람도 설복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제후諸侯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는 이 일이 자못 두렵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일찍이 ‘일이란 크든 작든 성공을 기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틀림없이 왕으로부터 벌을 받을 테고, 성공하면 틀림없이 병에 걸릴 것입니다. 성공하든지 성공하지 못하든지, 그 후에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자만이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만필 ①

4-가. 안회顔回와 중니仲尼의 대화 a. 현명한 선비의 역할 안회顔回가 중니仲尼를 뵙고 멀리 떠나겠다고 청했다. “어디로 가려고?” “위衛 나라로 가렵니다.” “거기에서 뭘 하려고?” “제가 듣기에 위나라 군주는 혈기 왕성한 나이에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경솔하게 국권을 남용한답니다. 그런데도 제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백성을 함부로 부려 죽음으로 몰아넣어 주검이 온 나라에 헤아릴 수 없이많답니다. 이 나라를 큰 못에 비추어 계량한다면 그 안에 무성한 잡초와 같은지라, 백성은 돌아갈 곳을 잃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제게 이렇게 일렀습니다.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는 떠나도 되느니라. 하지만 잘 다스려지지 않는 나라라면 그곳을 가야 되느니라. 이는 병원 문 앞에 환자가 많이 모이는 것과 같으니라..

<장자莊子> '양생주 養生主' 만필 ③

3-다. 자연법칙에 순응하면 해탈한다 노담老聃이 죽었을 때 진일秦失이 문상하면서 고작 세 번만 곡을 하고 나와 버렸다. 이에 노담의 제자가 물었다. “당신은 우리 선생님의 벗이 아닙니까?” 진일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렇다면 그렇게 문상해도 괜찮을까요?” 제자들의 이 물음에 진일은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네. 처음에 나는 스승을 오랫동안 모셨던 자네들이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겼네만, 지금은 아닐세. 아까 내가 막 들어가서 문상할 때, 어떤 늙은이는 제 자식을 잃은 듯이 곡하고, 어떤 젊은이는 제 어미를 잃은 듯이 곡하더군. 그들이 여기 모인 까닭은 분명히 말하고 싶지 않은데도 호소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고 울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울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어서지. 이는 천리天理를..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 만필 ②

공문헌公文軒과 우사右師...사람과 하늘은 상호 의존한다 공문헌公文軒이 우사右師를 보자 깜짝 놀라며 이렇게 물었다. “이게 누구야? 어째서 외발이 되었는가? 천생인가, 아니면 벌받아 한쪽 발이 잘렸는가?” 우사가 대답했다. “천생일세, 사람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닐세. 하늘이 나를 낳을 때 외발로 만들어 주었네. 사람의 겉모습은 하늘이 내려주네. 이를 보면 내 외발은 하늘 탓이지 사람 탓이 아님을 알 수 있네.” 公文軒見右師而驚曰:「是何人也?惡乎介也?天與,其人與?」曰:「天也,非人也。天之生是使獨也,人之貌有與也。以是知其天也,非人也。」 공문헌이 우사가 한쪽 발만 가진 것을 보자 깜짝 놀라며 이게 하늘의 뜻인지 아니면 사람이 한 짓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우사는 하늘의 뜻이지 사람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해..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 만필 ①

3-가. 포정해우庖丁解牛 a. 사각사각 삭둑삭둑 포정庖丁이 문혜군文惠君 앞에서 소를 잡은 일이 있었다. 손을 대는 곳, 어깨를 기댄 곳, 발로 짓누르는 곳, 무릎이 닿는 곳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칼이 움직이는 대로 삭둑삭둑 울리는데, 그 소리가 모두 음률에 어긋남이 없었다. ‘상림桑林’의 무악舞樂에도 장단이 맞고, ‘경수經首’의 리듬에도 맞았다. 庖丁為文惠君解牛,手之所觸,肩之所倚,足之所履,膝之所踦,砉然嚮然,奏刀騞然,莫不中音。合於《桑林》之舞,乃中《經首》之會。 포정庖丁은 정丁이라는 이름의 숙수입니다. 중국 옛적에는 이렇게 직업으로 이름을 삼는 일이 많았습니다. 내편「인간세人間世」와 잡편「서무귀徐無鬼」에 등장하는 장석匠石은 석石이라는 이름의 목수입니다. 또 외편「천도天道」에 나오는 윤편輪扁은 편扁이..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⑥

나비가 된 장자/ 장자가 된 나비 언제인가 장주莊周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문득 깨어나 보니 분명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는가?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별이 있다. 이런 것을 일러 물화物化라고 한다. 昔者莊周夢為胡蝶,栩栩然胡蝶也,自喻適志與!不知周也。俄然覺,則蘧蘧然周也。不知周之夢為胡蝶與,胡蝶之夢為周與?周與胡蝶,則必有分矣。此之謂物化。 「제물론」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이야기는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숨겨진 의미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나비가 되어 훨훨 춤추며 유유자적하며 자기가 한 마리 나비인 줄 알았지 장주가 누..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⑤

나-4. 반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묻다[罔兩問景]- 서로 의존하는 세상 만물 반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물었다. “아까는 걷더니 지금은 멈추고, 조금 전에는 앉았더니 지금은 서 있으니, 어찌하여 그대만의 지조가 없소?” 그림자가 대답했다. “나는 기대는 데가 있어 그런 거지요. 내가 기대는 것은 또 기대는 데가 있어 그럴 테지요.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이 설마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일까요? 내가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잖소?” 罔兩問景曰:「曩子行,今子止,曩子坐,今子起,何其無特操與?」景曰:「吾有待而然者邪!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吾待蛇蚹、蜩翼邪!惡識所以然?惡識所以不然?」 ‘반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묻다’[罔兩問景], 이 이야기는 그림자 밖의 엷은 그..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④

나-3. 구작자瞿鵲子와 장오자長梧子 a. 유가와 도가의 대립 구작자瞿鵲子가 장오자長梧子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가 공자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성인은 자질구레한 세상일에 힘을 들이지 않고 이익을 좇지 않으며, 해로움을 피하지 않고 욕심을 내어 가지려고 하지 않으며, 일정한 도를 따르지 않고 말이 없이도 무언가 말하는 것 같으며, 말하는데도 말이 없는 것 같아서, 때묻은 세상 밖에서 노닌다고 합니다. 공자님은 이게 한갓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시지만, 제게는 오히려 훌륭한 도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오자가 대답했다. “그런 이야기는 황제黃帝가 들어도 알지 못할 텐데 공구孔丘 따위가 어찌 알겠소! 게다가 당신도 지나치게 속단하고 있소. 달걀 보고 새벽 알리기를 바..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 만필 ③

나-2. 설결齧缺과 왕예王倪의 문답 a. 일문삼부지一問三不知  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갖가지 사물들이 모두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설결이 또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께서 모르는 바를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설결이 이어서 또 물었다. “그렇다면 모든 사물에 대하여 알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그렇기는 하지만 이제 그 문제를 한번 대답해 보기로 하자꾸나. 자네는 내가 안다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내가 모른다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는가?”  齧缺問乎王倪曰:「子知物之所同是乎..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②

2-가-b.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 땅이 부는 퉁소 소리,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 [人籟], [地籟], [天籟]  덕행과 고결한 성품으로 알려진 초楚 나라의 은사 남곽자기南郭子綦와 그의 제자인 안성자유顔成子游의 대화는 이제 ‘사람이 내는 퉁소 소리’, ‘땅이 내는 퉁소 소리’, 그리고 ‘하늘이 내는 퉁소 소리’로 이어집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잊었다’는 ‘망아忘我’의 경지를 아느냐고 물은 뒤 곧장 이 세 가지 소리로 훌쩍 건너뜁니다. 어느 날, 남곽자기는 책상에 몸을 기대어 조용히 앉아서 온갖 잡된 생각을 멀리한 채 자신과 세계를 모두 잊으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빠집니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곁에서 그를 모시던 안성자유는 말라서 죽은 나무처럼, 불 꺼진 재처럼 움직임조차 없는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