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桓公이 마구간을 돌보는 관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가장 어렵소?”
마구간을 돌보는 관리가 미처 대답을 못하자 관중管仲이 입을 열었다.
“저 관이오管夷吾가 일찍이 말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마구간의 울짱을 겯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먼저 굽은 나무를 써서 결으면 또 굽은 나무를 써서 결어야 합니다. 이렇게 굽은 나무로 결으면 나중에는 곧은 나무는 쓸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먼저 곧은 나무를 써서 결으면 또 곧은 나무를 써서 결어야 합니다. 이렇게 곧은 나무로 결으면 나중에는 굽은 나무가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관자管子』「소문小問」에서 한 단락 데려왔다.
역시 사람이다. 굽은 나무를 재상 자리에 앉혔더니 줄줄이 알사탕 엮듯이 재상 아래로 참모들 모두 굽은 나무들이다. 곧은 나무를 재상 자리에 앉혔더니 줄줄이 알사탕 엮듯 이 재상 아래로 참모들 모두 곧은 나무들이다.
굽은 나무 곁에는 온통 굽은 나무들 천지이니 이 세상이 모두 굽은 나무뿐인 줄 안다. 이들이 굳게 어깨를 겯고 곧은 나무까지 굽은 나무 만들려고 안달한다. 이렇게 되면 애꿎은 백성들만 억울하게도 한 시대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인사가 곧 만사이다. 알맞은 인물을 알맞은 자리에 써야 온갖 일을 이룰 수 있다. 사람 골라 쓰는 데는 사람을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이 필요하다.
곧은 나무와 굽은 나무를 가릴 줄 아는 눈이 없으면, 곧은 나무도 굽은 나무로 볼 수 있고 굽은 나무도 곧은 나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나라 환공은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곧은 나무로 울짱을 결으려는 관중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중이 세상을 떠난 뒤, 환공은 관중이 죽기 전에 남긴 간절한 바람을 멀리한 채, 역아易牙와 같은 간신을 곁으로 불러들였다. 굽은 나무가 환공의 울짱이 되자 곧은 나무는 곁을 떠나고 말았다. 불행은 그에게서 끝나지 않고 온 나라가 혼란을 맞아야 했다.

당唐 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사람 골라 쓰는 문제로 위징魏徵과 토론을 벌이며 이렇게 일렀다.
“관리를 뽑아 쓰는 데 성글고 조급하게 처리해서는 안 되오. 훌륭한 인물 하나 골라 쓰면 훌륭한 인물이 또 따라 오지만 나쁜 인물 하나 골라 쓰면 나쁜 인물이 또 따라 오지요.”
위징도 이 말에 그대로 수긍했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되뇔 일이다. 역시 사람이다.
덧붙이면, <관자>는 모두 86편이었지만 열 편이 일실되고 현재 76편이 전한다. 인용한 글은 '소문' 가운데 작은 부분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桓公觀於廄,問廄吏曰:“廄何事最難?”廄吏未對,管仲對曰:“夷吾嘗爲圉人矣,傅馬棧最難. 先傅曲木,曲木又求曲木,曲木已傅,直木無所施矣. 先傅直木,直木又求直木,直木已傅,曲木亦無所施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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