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7. 일곱째 마당 - 痛

끝나지 않는 아픔

촛불횃불 2021. 10. 2. 20:00

그대 없이 한식을 맞으니,

눈물이 금빛 물결처럼 쏟아지네.

달 속 계수나무 잘라내면,

달빛 더욱 깨끗하고 맑으리.

헤어질 때 밝은 달빛 흩뿌렸는데,

그대 지금 이마 찌푸리고 있겠지.

견우직녀는 이별에 시름겨워도,

기약한 날 그래도 은하를 건너겠지.

 

無家對寒食, 有淚如金波.

斫却月中桂, 淸光應更多.

仳離放紅蕊, 想像嚬靑蛾.

牛女漫愁思, 秋期猶渡河.

 

 당나라 때의 천재시인 두보杜甫의 <일백오일야대월一百五日夜對月> 전문이다. 고향 떠난 지 1백 일 하고도 닷새가 된 어느 날 밤, 달 마주하며 보고픈 이 그리는 두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두보의 모습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예나 이제나 저쪽이나 이쪽이나 우리에게 아픔을 한 아름 안긴다. 일천 몇 백 년 전, 두보도 사랑하는 처자식과 헤어진 지 석 달 넘은 어느 날 밤, 달을 바라보며 이렇게 그리움을 노래한다.

 아, 그러고 보니, 전쟁을 겪은 우리의 오늘이 가슴 저리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진다.

 

1980년대 초 KBS 이산가족찾기의 한 장면

 울음을 쏟아내는 한 사내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는 그냥 넘기지 않고 클로즈업했다. 이미 늙은이가 된 이모가 눈물을 쏟아내며 더듬더듬 묻고 있었다.

 “그래, 그래, 늬 오마니는 어캐 됐니?”

  이 물음에 사내는 더욱 서러웠다. 어미 없이 살아온 지난 반평생이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들었던 것이다. 사내의 은 이날, 이모를 만남으로써 반쪽이나마 이루어졌지만, 무너졌던 희망을 일으켜 세우기에는 켜켜이 쌓인 절망의 무게가 너무 컸다. 그보다 화면을 지켜보는 나를 더 안타깝게 만든 것은 빠져버린 몇 개의 어금니가 남긴 텅 빈 공간이었다. 도와주는 이 없이 홀로 살며 겪어야 했던 사내의 신산한 삶의 모습이 그 텅 빈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사내의 오마니가 어캐 됐는지’, 화면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오마니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을 저승으로 가지고 갔을 것이다.

저승에 데리고 간 이 이승에서 이루어지는 날, 박제된 새는 다시 살아나 훨훨 하늘을 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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