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7. 일곱째 마당 - 痛

내홍內訌

촛불횃불 2021. 10. 27. 14:30

 동물 가운데 훼虺라는 독사는 한 몸에 두 개의 입이 달렸다. 이놈이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느라 서로 물어뜯으며 싸웠다. 결국 이 두 개의 입이 서로 잔인하게 물어뜯다가 자기를 죽이고 말았다. 신하들이 권력과 이익을 더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나니, 이는 모두 독사 훼와 다름이 없다. 

 

 <한비자韓非子> '설림하說林下'에서 가져왔다.

한 나라나 집단 안에서 그 구성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이 외부의 적과 벌이는 싸움보다 더 위험하다. 내홍으로 입은 상처는 쉬 아물지 않는다. 통증은 오래가고 미움은 더 큰 미움을 부른다.

 

 

내홍은 자기들끼리 일으킨 분쟁을 말한다

 

 분단 때문에 치러야 했던 싸움으로 더 깊은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대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엔 '분단과 전쟁'이 앞서고 '전쟁과 분단'이 그 뒤를 잇는 꼭지로 엮어진다. 분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또 전쟁 때문에 분단의 골이 더욱 깊어졌음을 알리려는 의도였으리라. 박완서 선생의 어떤 소설이더라, 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왜정 때는 우리끼리 똘똘 뭉쳐 그놈들과 맞섰지만 지난 전쟁 때는 우리끼리 총을 겨누었으니, 욕먹을지라도 똑바로 말하면 왜정 때가 나았지 뭐요, 등장인물의 말이지만, 이는 한국 전쟁의 참상과 후유증을 온 몸으로 겪어야했던 박완서 선생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겠는가. 내홍으로 입은 상처와 통증을 다스려 낫게 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쌓인 미움의 두께가 한없이 두껍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의 원문을 붙인다. 관심 있는 이는 살펴보시라.

 蟲有虺者, 一身兩口, 爭食相齕遂相殺也, 人臣之爭事而亡其國者, 皆虺類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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