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11. 열한째 마당 - 察

제대로 살기

촛불횃불 2021. 10. 21. 07:00

 나이 아흔 되니 지난 여든아홉 해를 잘못 살았음을 알았네. (年九十而知八十九非.)

 

 한 세상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오로지하던 어떤 이가 세상 떠나기 즈음하여 스스로 지은 묘비명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 사람, 나이 여든에는 지난 날 되돌아보지 않았을라? 그렇다면 지난 일흔아홉 해를 깊이 뉘우쳤을 터이다. 하기야, 이 사람, 스스로 지었다는 이 말을 어디서 많이 보았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이런 구절이 있다.

 

 거백옥은 나이 쉰 되니 지난 마흔아홉 해를 잘못 살았음을 알았네. (蘧伯玉五十而知四十九非.)

 

 춘추시대 거백옥蘧伯玉의 이야기로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세상 온전히 잘 사는 이는 언제나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궤도 수정을 했다. 그리하여 스스로 온전한 인격에 도달하려고 했다.

 

날마다 때마다 뒤돌아보기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이만 먹으면 뭣하나? 제대로 먹어야지. 나이에 맞는 생각,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할 줄 알아야지. 늙은이가 늙은이로 변화하지 못하고 외려 젊은 시절의 아옹다옹, 여기 머문다면, 이게 오히려 문제이지. 

 18세기 조선의 선비 오광운吳光運도 <약산만고인藥山漫稿引>에서 중국 땅 춘추시대 거백옥의 성찰을 돌아보며 ‘어이 굳이 나이 오십에만 그러하겠는가? 해마다 생각해 보면 지난해가 잘못되었지만 이듬해에는 다시 되풀이하고, 날마다 생각해 봐도 어제가 잘못되었는데 내일이면 또 반복하고 만다.’(何必五十, 年年而思之, 去秊非, 明年復然. 日日而思之, 昨日非, 明日復然.)라고 탄식한다.

 

돌이키며 깊이 생각하는 모습

 그러고 보면, 아흔 되어 되돌아볼 일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품위 잃은 모습이나 절제 벗어난 언어, 하나같이 꼴불견이다. 제대로 살기, 그러면 그 모습 좋아서 보는 이도 마음 아름다워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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