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6. 여섯째 마당 - 性

본성本性

촛불횃불 2021. 10. 24. 18:20

  검중黔中이란 자가 제齊 나라에서 벼슬을 했다. 그런데 이 양반, 뇌물을 좋아하다가 쫓겨나 생활이 곤궁하게 되자 환룡豢龍 선생을 찾아가서 이렇게 아뢨다.

 “소인이 재물을 탐내다가 지금 이렇게 벌을 받느라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어른께서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는 뇌물을 챙기다가 다시 파면되었다. 그러자 환룡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현석玄石이란 자가 술을 좋아하다가 과음하여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었지. 오장은 불에 쐰 듯 말라버리고 살과 뼈는 수증기를 쬔 듯 갈라졌는데, 온갖 약을 써도 되지 않았지. 사흘이나 지나서야 겨우 주독이 풀리자 곁에 있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지.

 -이제 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작정이네.

 그런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술친구가 찾아와 이렇게 일렀다지.

 -이 술은 괜찮으니 한번 맛보세.

 그날은 석 잔만 마시고 딱 끝냈지. 그리고 그 이튿날은 다섯 잔을 마셨고, 그 뒷날은 열 잔을 들이켰고, 이러다가 그 다음날엔 끝 간 데 없이 마셨지. 그러다가 전에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고 죽고 말았지. 그러기에 고양이는 생선을 먹지 않을 수 없고, 닭은 벌레를 먹지 않을 수 없으며, 개는 똥을 먹지 않을 수 없지. 몹시 좋아하는 데 푹 빠지는 본성은 결코 버릴 수 없는 게야.” 

 

자그마한 꽃 한 송이도 바탕이 있다, 사람처럼.

 유기劉基의 <욱리자郁離子>에서 가져왔다. 본디 제목은 '현석호주玄石好酒'이지만, 이곳으로 옮기면서 '본성本性'으로 바꾸었다.

 한자어 ‘성性’은 ‘’와 ‘’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이다. 깨뜨린 글자를 다시 합하여 보면, ‘성性’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바탕으로 가지고 온 마음이다. 그러기에 이 글자 앞에는 ‘천天’이나 ‘본本’을 붙여 ‘천성天性’이나 ‘본성本性’이 되어 널리 쓰인다. 하늘이 준 마음이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바탕으로 가진 마음이기에 쉽사리 고칠 수 없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도 하늘이 준 마음이다. 욕망이 또 욕망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욕망을 덜어내려는 마음을 강하게 벼리지 않으면 자신을 덫에 가두고 수렁에 빠뜨린다.

 뇌물에 빠진 검중이나 술에 빠진 현석은 모두 나쁜 본성을 다스리지 못하여 불행에 빠진 경우이다. 이런 나쁜 본성은 날마다 때마다 돌아보며 마음을 벼리지 않으면 더욱 깊이 수렁으로 빠진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하늘이 우리에게 준 본성 중에는 가꾸고 키워야 할 좋은 본성도 수없이 많다. 이런 좋은 본성도 날마다 때마다 돌아보며 마음을 벼리며 돋우어야 자신을 밝게 빛낼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글의 원문을 여기에 가져온다. 관심 있는 이는 살펴보시라.

 黔中仕於齊, 以好賄黜而困, 謂豢龍先生曰小人今而痛懲於賄矣, 惟先生憐而進之. ”又黜. 豢龍先生曰昔者, 玄石好酒, 爲酒困, 五髒熏灼, 肌骨蒸煮如裂, 百藥不能救, 三日而後釋, 謂其人曰吾今而後知酒可以喪人也, 吾不敢複飲矣. ’居不能閱月, 同飲至, 曰試嘗之. 始而三爵止, 明日而五之, 又明日十之, 又明日而大釂, 忘其欲死矣. 故貓不能無食魚, 雞不能無食蟲, 犬不能無食臭, 性之所耽, 不能絕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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