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공손룡公孫龍이 조趙 나라에 있을 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과 교분을 맺지 않네.”
이때, 허름한 옷에 낡은 새끼로 허리를 동인 사람이 공손룡을 찾아와 얼굴을 마주하며 이렇게 아뢨다.
“저는 고함을 잘 지릅니다.”
이 말을 듣자 공손룡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들 가운데 고함을 잘 지르는 자가 있느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공손룡은 이렇게 일렀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우리 곁에 머물도록 하고 이름을 명부에 올려라.”
며칠 뒤, 공손룡은 연燕 나라 임금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길을 떠날 일이 생겼다. 황하에 이르러 강 양쪽을 오가며 사람이나 물건을 나르는 배가 강 저쪽에 있음을 알았다. 고함을 잘 지르는 자를 불러 이 배의 뱃사공을 부르게 했다. 이 자가 한 번 고함을 지르자 나룻배가 건너왔다.
그러기에 성인은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능력이 있는 선비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노자도 이렇게 일렀다.
“쓸모없는 사람 없고 못 쓰게 되어 버려야 할 물건 없으니, 이를 일러 간직해 두어야 할 지혜라 한다.”
<회남자淮南子> '도응훈道應訓'에서 한 단락을 그대로 가져왔다.
높은 산이나 큰 강이 나라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하지만 나지막한 산이나 자그마한 내도 높은 산 큰 강을 위해 함께 있어야 할 존재이다. 지혜가 한껏 넘치는 인물은 그 인물대로 감당할 무게가 있지만 자그마한 재능을 가진 인물은 그 인물대로 감당할 경우와 상황이 있다. 대접은 대접의 쓰임이 있고 종지는 종지의 쓰임이 있다. 곧은 나무는 기둥으로 쓰고 굽은 나무는 굽은 등으로 들보 받치는 데 쓰면 된다.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이 만들어 낸 ‘계명구도鷄鳴狗盜’의 탄생도 이와 동궤이다. 공손룡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제齊 나라의 맹상군이 수탉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잘 내는 식객의 도움을 받아 진秦 나라 소왕昭王이 놓은 덫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 없고 못 쓰게 되어 버려야 할 물건 없다는 노자의 경구는 지금도 참이다.
위 인용문의 원문은 이렇다. 한문에 관심 있는 이는 보시라.
昔者, 公孫龍在趙之時, 謂弟子曰:“人而無能者, 龍不能與遊. ”有客衣褐帶索而見曰:“臣能呼.” 公孫龍顧謂弟子曰:“門下故有能呼者乎?” 對曰:“無有. ”公孫龍曰:“與之弟子籍. ”後數日, 往說燕王. 至於河上, 而航在一汜, 使善呼者呼之. 一呼而航來. 故曰:聖人之處世, 不逆有伎能之士. 故老子曰:“人無棄人, 物無棄物, 是謂襲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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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0) | 2021.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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