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제 2

양수청풍兩袖淸風-왕이열王爾烈

맑은 개울 사슴이 건넜어도 이끼는 차분하네. 幽溪鹿過還苔靜. 어려서부터 어른들 곁에 기웃거리길 좋아하던 왕이열王爾烈이었다. 지방의 풍토와 특색을 이야깃거리로 삼았지만 마침내 나라의 큰일에 이르러 설왕설래할 때면 어린 왕이열은 귀를 쫑긋 세우고 온 마음을 다 기울였다. 어른들도 그의 비범함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시구 한 구절을 던지며 짝이 되는 구절을 읊도록 채근하는 일이 잦았다. 앞에 든 시구는 탁월한 안목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던 승려 한 분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마침 명사들을 초대하여 시회를 벌이던 이 집에 들러 왕이열을 특별히 지명하며 내놓은 시구이다. 여러 사람의 이목을 한 몸에 받으며 왕이열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 시구에 짝이 될 대련을 내놓아야 했던 것이다. 깊은 산에 구름이 덮였어도..

탐욕이 불러온 죽음 - 화신 和珅

안팎의 여러 신하들이 소를 올리며 화신이 큰 죄를 저질렀다고 아뢰었다. 황제는 일찍이 화신을 재상에 임명했었기에 차마 저자에서 사형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자진하도록 하였다. (內外諸臣疏言和珅罪當以大逆論, 上猶以和珅嘗任首輔, 不忍令肆市, 賜自盡.) '화신전和珅傳' 오십 년이 참으로 꿈이로다, 오늘 이 세상 떠나려네. 뒷날 태평한 날 말할 때, 그 넋이 나라고 인정하리라. 五十年來夢幻眞, 今朝撒手謝紅塵. 他日唯口安瀾日, 認取香魂是後身.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 흰 비단을 제 목에 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신和珅이 남긴 절명시이다. 절명시란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또는 목숨을 끊기 전에 지은 시를 말한다. 그렇다면 화신은 왜 흰 비단으로 목을 매어 스스로 제 목숨 끊어야 했을까? 그것도 이제 갓 쉰 한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