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물론 사회적인 신분이나 지위마저 구차하고 변변치 못했던 위자부의 팔자가 백팔십도로 바뀐 건 오로지 황제의 느닷없는 굄 때문이었다. 기원전 139년, 자리에 오른 지 세 해째 되던 해 춘삼월, 열여덟 살 난 황제 유철은 복을 기원하고 재앙을 멀리하려는 마음으로 황궁 동남쪽 패상霸上으로 나아가서 선조들에게 제사를 올렸다. 제사를 올리고 황궁으로 돌아오던 무제 유철이 손윗누이 평양공주의 집에 잠시 들른 게 위자부와의 첫 만남을 만들어냈다. 참으로 우연이었다. 당시 위자부는 평양공주의 한낱 가희였을 뿐이었다. 평양공주 집에는 공주의 시중을 드는 여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위자부도 이들 여러 미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평양공주는 이들을 무제 유철에게 보였다. 그러나 무제 유철은 전혀 달가운 표정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