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멧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학이 우는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섬돌에 빗방울 듣는 소리, 창문에 눈 내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그지없이 맑지만 글 읽는 소리가 제일이다. (松聲, 澗聲, 山禽聲, 野蟲聲, 鶴聲, 棋子落聲, 雨滴階聲, 雪灑窓聲, 皆聲之至淸者也, 而讀書聲爲最.) 남송南宋 때 학자 예사倪思의『경서당잡지經鋤堂雜志』에서 뽑아왔다. 반세기 전만 해도 글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자그마한 마을 고샅길에 넘쳤다. 낭랑한 이 소리는 높낮이가 있었고 박자가 있었기에 그대로 음악이었다. 강화읍성에 상륙한 프랑스 군인이 나지막한 초가집일망정 집집마다 책이 가득하고, 골목길 휘돌 때마다 글 읽는 소리 넘치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 않은가. 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