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글 읽는 소리

촛불횃불 2022. 11. 22. 11:46

 솔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멧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학이 우는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섬돌에 빗방울 듣는 소리, 창문에 눈 내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그지없이 맑지만 글 읽는 소리가 제일이다. 

 (松聲, 澗聲, 山禽聲, 野蟲聲, 鶴聲, 棋子落聲, 雨滴階聲, 雪灑窓聲, 皆聲之至淸者也, 而讀書聲爲最.)

 

글 읽는 소리

 

 남송南宋 때 학자 예사倪思경서당잡지經鋤堂雜志에서 뽑아왔다.

 반세기 전만 해도 글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자그마한 마을 고샅길에 넘쳤다. 낭랑한 이 소리는 높낮이가 있었고 박자가 있었기에 그대로 음악이었다.

 강화읍성에 상륙한 프랑스 군인이 나지막한 초가집일망정 집집마다 책이 가득하고, 골목길 휘돌 때마다 글 읽는 소리 넘치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 않은가.

 짬나면, 나도 목소리 가다듬어 흥얼흥얼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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