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독서 환경

촛불횃불 2022. 10. 26. 19:04

  역사는 눈빛[雪光]에 읽어야 속까지 비치는 환함으로 거울삼을 수 있다. 제자백가는 달빛을 벗 삼아 읽어야 깊고 그윽한 운치를 맛볼 수 있다. 불교 경전은 예쁜 아가씨를 앞에 두고 읽어야 헛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산해경山海經,수경水經, 그리고 총서와 간단한 역사는 성근 청죽이나 차가운 바위 또는 푸른 이끼를 곁에 두고 읽어야 끝없는 즐거움과 넓고 가없는 논평을 받아들일 수 있다. 충신과 열사의 전기는 피리 불고 북 치며 읽어야 이들의 이름을 드날릴 수 있다. 간신배와 아첨꾼 이야기는 칼 차고 술잔 들고 읽어야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이소離騷는 인적 없는 산속에서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읽어야 골짜기를 놀라게 할 수 있다. 는 물결이 미친 듯 고함치며 읽어야 회오리바람 일으킬 수 있다. 시와 사는 노래하는 아이의 박자에 맞추어 읽어야 한다. 귀신 이야기나 잡필 따위는 촛불 켜놓고 고요함을 깨뜨리며 읽어야 한다. 이렇게 경우가 다르면 운치도 하나같지 않다. (讀史宜映雪, 以瑩玄鑒. 讀子宜伴月, 以寄遠神. 讀佛書宜對美人, 以免墮空. 山海經, 水經, 叢書小史宜倚疏花瘦竹, 冷石寒苔, 以收無垠之游而約縹緲之論. 讀忠烈傳宜吹笙鼓琴以揚芳, 讀奸侫論宜擊劍提灑以銷憤, 讀騷宜空山悲號可以驚壑, 讀賦宜縱水狂呼可以旋風, 讀詩詞宜歌童按拍, 讀鬼神雜錄宜燒燭破幽, 他則遇境旣殊, 標韻不一.)

 

독서 환경

 

 명 나라의 문인 오종선吳從先이 쓴 산문집상심낙사賞心樂事가운데 한 부분이다.

 오종선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진계유陳繼儒봄밤엔 술자리를 마련하여악부樂府를 노래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고 그의소창유기小窓幽記에서 말했다. 역시 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조제謝肇淛비바람 세차게 몰아치는 밤, 흔들리는 등불을 끌어안고 글을 읽으면, 종이로 바른 창문 밖에서 파초 잎 사르르 부딪치는 소리가 때때로 들리니, 이 또한 별다른 맛이다.’라고 그가 엮은오잡조五雜俎에서 일렀다.

 글의 내용을 잘 깨닫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은 즐거움까지 얻으려면 독서 환경이 자못 중요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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