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엽전 안고 물에 잠긴 사나이

촛불횃불 2022. 10. 13. 19:41

  영주永州에 사는 백성들은 모두 수영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어느 날, 물이 갑자기 불어났는데도 대여섯 사람이 자그마한 배를 타고 상강湘江을 가로 건너고 있었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그만 배가 파손되었다. 배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건너편 기슭을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헤엄을 쳐도 평상시와 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를 본 그의 또래가 이렇게 물었다.

  “자네 헤엄 솜씨는 알아주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뒤처지는가?”

  “엽전을 천 냥이나 허리에 찼더니 무거워서 뒤처지네.”

  “왜 버리지 않는가?”

  그는 대답 대신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기슭에 닿은 또래가 그를 향해 목소리를 한껏 높여 내질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무지몽매한 사람아, 물에 잠겨 죽으면서도 돈은 무엇 하려는가?”

  그래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는 물에 잠겨 죽었다.

 

애닉문

 

永之氓咸善遊. 一日水暴甚有五六氓乘小船絕湘水. 中濟船破皆遊. 其一氓盡力而不能尋常. 其侶曰汝善遊最也何後吾腰千錢是以後. ” 何不去之!” 不應搖其首. 有頃益怠. 已濟者立岸上呼且號曰汝愚之甚蔽之甚身且死何以貨爲又搖其首. 遂溺死.

 

 

  당 나라 때 유종원柳宗元이 엮은유하동집柳河東集에서 가져운애닉문哀溺文이다. 곧 물에 잠겨 죽은 이를 애도하며 쓴 글이다.

  ‘돈 세다 잠드소서

  문간을 사이에 두고 세로로 길게 줄지어 늘어선 그 많은 개업 축하 화분 가운데 이 문구가 쓰인 비단 띠를 자주 본다. 그 때마다 섬뜩하다. 소중한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입쌀로 지은 밥에 구운 돼지고기 얹어 상추쌈 싸 먹으면 좋겠다는 흥부네 집 아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소박함은 꿈을 아름답게 만드는 바탕이다. 이 바탕이 있다면 행복을 넉넉히 일굴 수 있다.

  그런데 소망이 욕망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욕망이 탐욕으로 바뀌는 데는 그 속도가 더욱 빨랐다. 많은 이들을 순식간에 감염시키며 그 범위를 빠른 속도로 넓히기 시작했다. ‘에 대한 탐욕이 거의 집단 감염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 ‘돈 세다 잠드소서는 이제 저주의 언어가 아니라 축복의 언어가 되었다.

  인간의 존엄이 돈 앞에서 무너질 때, 세상은 캄캄한 밤이요 칼바람 부는 겨울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앞자리를 차지할 때, 타자의 고통은 그 앞에서 사라진다. 콧등을 시큰하게 할 그 무엇도, 눈시울을 뜨겁게 할 감동도 사라진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를 높인다.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몸집 불린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뿐인 생명까지 요구한다. ‘돈 세다 잠드소서’, 축복의 이 말은 축복받은 이 사람을 영원히 잠들게 만든다.

  절제 잃은 탐욕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다. 예나 이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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