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사지四知

촛불횃불 2022. 10. 7. 11:30

  (양진楊震) 동래東萊 태수가 되어 임지로 가는 길에 창읍昌邑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지난 날 그의 천거로 창읍 현령이 된 형주荊州 지방의 인재 왕밀王密이 한밤에 그를 찾아와서 황금 열 냥을 건네려고 했다. 그러자 양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나를 모르니 이 무슨 까닭이오?”

  왕밀이 말했다.

  “밤중이라 아는 이 없습니다.”

  양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 하오?”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

  (東萊太守, 當之郡道經昌邑故所舉荊州茂才王密爲昌邑令謁見至夜懷金十斤以遺震. 震曰故人知君君不知故   人何也密曰暮夜無知者震曰天知神知我知子知. 何謂無知密愧而出.)

 

양진

 

  『후한서後漢書』「양진열전楊震列傳가운데 한 부분이다.

  선물이 아니라 뇌물임이 분명한 황금 열 냥을 물리치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안다.'라고 일갈한 양진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얼굴에 겹쳐 나지막해도 가을날 찬 서리처럼 힘차고 엄했을 그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는 듯하다.

  “그대는 이 옥 덩어리를 보배로 여기지만, 나는 그대가 보배로 여기는 이 옥 덩어리를 받지 않는 걸 보배로 여기오.”

  이렇게 말하며 옥 덩어리를 물리친, 춘추시대 송나라의 현신賢臣 자한子罕의 얼굴도 양진의 목소리와 함께 그대로 떠오른다.

  이런 벼슬아치가 백성과 함께하는 나라에 사는 이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백성들이 행복한 곳이 바로 천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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