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楊震이) 동래東萊 태수가 되어 임지로 가는 길에 창읍昌邑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지난 날 그의 천거로 창읍 현령이 된 형주荊州 지방의 인재 왕밀王密이 한밤에 그를 찾아와서 황금 열 냥을 건네려고 했다. 그러자 양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나를 모르니 이 무슨 까닭이오?”
왕밀이 말했다.
“밤중이라 아는 이 없습니다.”
양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 하오?”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
(東萊太守, 當之郡,道經昌邑,故所舉荊州茂才王密爲昌邑令,謁見,至夜懷金十斤以遺震. 震曰:“故人知君,君不知故 人,何也?”密曰:“暮夜無知者。”震曰:“天知,神知,我知,子知. 何謂無知!”密愧而出.)
『후한서後漢書』「양진열전楊震列傳」가운데 한 부분이다.
선물이 아니라 뇌물임이 분명한 황금 열 냥을 물리치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안다.'라고 일갈한 양진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얼굴에 겹쳐 나지막해도 가을날 찬 서리처럼 힘차고 엄했을 그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는 듯하다.
“그대는 이 옥 덩어리를 보배로 여기지만, 나는 그대가 보배로 여기는 이 옥 덩어리를 받지 않는 걸 보배로 여기오.”
이렇게 말하며 옥 덩어리를 물리친, 춘추시대 송나라의 현신賢臣 자한子罕의 얼굴도 양진의 목소리와 함께 그대로 떠오른다.
이런 벼슬아치가 백성과 함께하는 나라에 사는 이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백성들이 행복한 곳이 바로 천국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