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신뢰의 중요성

촛불횃불 2022. 10. 8. 14:34

  의생 구는 진 나라의 명의였다. 그는 제 나라 선왕宣王의 여드름을 다스렸고 진 나라 혜왕惠王의 치질을 다루었는데 모두 다 고쳤다. 장자張子가 등에 종기가 돋자 구에게 치료를 부탁하며 이렇게 일렀다.

  “이 등을 나의 등이라 여기지 말고 그대 뜻에 따라 마음대로 치료해도 좋소이다.”

  치료가 시작되자 그의 종기는 점점 나아졌다. 구는 물론 병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고수였지만 장자도 구가 마음 놓고 치료하도록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사람의 몸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모두 이와 같다. 반드시 다른 사람을 깊이 믿으며 권력을 마음 놓고 넘겨줘야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다.

  (有醫竘者,秦之良醫也. 爲宣王割痤, 爲惠王治痔, 皆愈. 張子之背腫, 命竘治之. 謂竘曰: “背非吾背也,任子制焉.” 治之遂愈. 竘誠善治疾也, 張子委制焉. 夫身與國, 亦猶此也. 必有所委制, 然後治矣.)

 

사목지신

 

시자尸子에서 한 꼭지를 뽑았다. 시자는 전국시대 인물로 이름은 교이다. 그는 변법으로 진 나라를 강국으로 만든 상앙商鞅의 스승이었다. 상앙의 변법이 없었더라면 전국시대 서쪽 변방의 진나라가 칠웅 가운데 머리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백성들의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이 급선무였다. 상앙은 이 점을 꿰뚫어보았다. ‘사목지신徙木之信으로 널리 알려진 일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장자張子는 소진蘇秦과 더불어 전국시대를 쥐락펴락했던 종횡가 장의張儀이다. 의생을 믿고 몸을 맡긴 그도 신뢰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았음이 분명하다.

사람을 골라서 씀에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신뢰야말로 관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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