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제 유철은 황제에 자리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질고 착한 인재를 불러 쓰겠다고 널리 알렸다. 이때, 제나라 사람 동방삭東方朔이 장안으로 올라와서 자신을 스스로 천거하는 글을 올렸다. 그것도 황제에게 상주할 때 쓰는 죽간 3천 장에 이르는 긴 글이었기에 한무제 유철이 이를 읽는 데만 두 달이 꼬박 걸렸다고 하니, 동방삭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성격이 익살스럽고 언사가 민첩한데다 재치까지 넘쳐서 무제 유철도 늘 그와 자리를 함께하며 담소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무제 유철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방삭을 익살과 재치 넘치는 광대로 취급하며 높여 쓰지 않았다. 사마천은 ‘열전’ 70편 가운데「골계열전滑稽列傳」의 여러 인물 가운데 동방삭을 넣어 그의 언행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