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晉 나라 악사 사광師曠은 날 때부터 앞을 못 보았다. 그는 앞을 못 보았지만 당시 이 나라 군주 평공平公 앞에서도 거침없이 시비를 따지며 바른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한 편의 글을 쓰기에 넉넉한 글감이었다. 그런데 나는 첫 문장부터 속앓이를 해야 했다. "사광은 앞 못 보는 장님이었다." 한 편의 글을 위해 맨 앞에 내세운 이 문장에서 낱말 하나가 옹근 하루 내 속을 태웠다. '장님' 때문이었다. '장님'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게 속앓이의 머리였다. 먼저 국립국어원에서 인터넷에 올린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다.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올림말 '장님'에 대한 풀이였다. '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세상에!', 가볍게 몸이 떨렸다. '소경'이나 '봉사'라는 낱말과 똑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