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오래된 오동나무 한 그루, 줄기가 구름 속까지 솟았네. 庭除一古桐, 聳干入雲中. 정원 오동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던 설운薛鄖이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낮게 읊조렸다. 그러자 이제 겨우 여덟 살 난 그의 딸 설도薛濤가 아버지의 시에 금세 대구를 내놓았다. 가지는 이곳저곳 새 다 맞아들이고, 나뭇잎은 오가는 바람 다 배웅하네.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설운은 몹시 기뻤다. 어린 딸의 타고난 천재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운은 자못 걱정스러웠다. 대구로 내놓은 시의 내용이 딸의 앞날을 스스로 예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 사람됨이 강직하여 바른말을 마다 않던 설운이 조정 대신들의 미움을 받으며 사천 지방으로 폄적되었다. 집안 식구들은 번성하고 화려한 도성 장안을 떠나 산 넘고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