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 3

전쟁 중에도 지켜진 예의-유방과 항우

영웅호걸이 천하를 두고 패권을 다툰 역사적 사건을 세 가지만 들라면, 중국인은 서슴없이 이렇게 손꼽는다.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초한전쟁, 조조 曹操, 유비劉備, 손권孫權의 대접전,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제스蔣介石의 이른바 국공내전. 역사는 미래를 내다볼 수는 있지만 기록은 지나간 시대와 역사가가 당면한 당대가 대상일 수밖에 없다. 사마천도 마찬가지였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 군주 영정贏政이 전국시대를 마무리하고 천하를 통일하며 새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이른바 진시황제秦始皇帝.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올라 서른아홉 장년의 나이에 통일 제국의 첫 번째 황제가 된 그는 기원전 210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업적을 역사에 남겼다. 그러나 이런 업적이 통일 제국의 백성들..

재상이 된 개백정-번쾌樊噲

1. 패현 땅의 개백정 무양후舞陽侯 번쾌樊噲는 패현沛縣 사람이다. 그는 개 잡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면서 고조와 함께 숨어 살기도 했다. 舞陽侯樊噲者, 沛人也. 以屠狗爲事, 與高祖俱隱. 「번·역·등·관열전樊酈滕灌列傳」의 첫 번째 단락 두 문장을 몽땅 가져왔다. 이 편은 고조 유방의 충성스러운 장수 번쾌, 역상酈商, 하후영夏侯嬰, 그리고 관영灌嬰, 이 네 사람의 합전으로서 초한전쟁을 거쳐 한나라를 여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들의 전기이다. 이들은 모두 미천한 출신이었다. 신분으로 따지자면 철저히 ‘지체가 한껏 낮은 사람들’이었지만 난세가 만들어 낸 시대 변화 속에서 신분 상승을 스스로 이뤄낸 영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번쾌의 고향 패현은 곧 고조 유방의 고향이다. 이들 두 사람은 진나라 말엽에 재앙을 피하기..

항우를 파국으로 이끈 사나이-나이 지긋한 농부

사마천이 붓 들어 슬쩍 지나치듯이 한 차례 언급한 인물을 책장 덮고 다시 곰곰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인물이 바로 그 순간에 바로 저런 행동을 했기에 바로 이런 결과로 나타났구나, 이렇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인물이 바로 그 순간에 바로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생각하며 나름대로 정리하기도 한다. 지난 날 일어났던 수도 없이 많은 사건은 모두 역사가 될 수 있지만 그 많은 사건이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다 기록되는 일은 없다. 그 많은 사건 가운데 기록으로 남으려면 선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선택하는가? 역사를 기록하는 이가 선택한다. 어떻게 선택할까? 선택하는 이의 기준에 맞갖아야 한다. 그렇다면 역사적 사실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