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께서는 귀하신 천자의 몸, 못 하실 일 없사오니, 그저 뜻대로 마음껏 즐기소서." 북송의 여덟 번째 황제 휘종徽宗을 곁에서 모시던 간신 고구高俅가 이렇게 부추겼다. 그러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함께 근질근질하던 휘종은 흥성거리는 저자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짐이 궁궐에 갇혀 일반 백성이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니, 오늘 이들이 사는 저자에 한 번 나가고 싶소." 간신은 예나 이제나 나라의 안녕보다는 황제의 굄을 차지하여 제 이익을 손에 넣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고구는 서생의 의복을 즉시 휘종 앞에 내놓았다. 미복을 입은 이들 일행이 궁문을 빠져나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어둠이 내리자 이른 곳은 금환항金環巷, 북송의 도성 변경汴京(지금의 허난성 카이펑開封)에서도 기녀가 남자들을 맞아들이는 집들이 잇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