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4. 넷째 마당 - 智

포원蒲元의 지혜

촛불횃불 2021. 9. 24. 19:14

 <포원전>에 이렇게 일렀다.

 

 포원은 보통사람과는 달리 생각이 유달리 뛰어나고 재치가 있었다. 그가 사곡斜谷에 있을 때, 제갈량을 위하여 3천 자루나 되는 군도軍刀를 만들었다. 칼이 다 완성된 뒤에 이렇게 말했다.

 "한중漢中 지방의 물은 단물이기 때문에 담금질에 쓸 수 없고, 촉강蜀江의 물은 센물이기 때문에 쇠붙이의 정기를 모을 수 있소이다. 이런 구별은 하늘이 만든 것이오."

 이리하여 그는 사람을 성도成都로 보내 그곳 촉강의 물을 떠오도록 했다. (이 사람이 돌아온 뒤) 그는 이 물로 담금질을 해 보고 이렇게 말했다.

 "부강涪江'의 물이 섞여서 담금질하는 데 쓸 수 없구려."

 이 물을 떠온 이가 부강의 물이 섞였을 리 없다며 억지를 부렸다. 포원은 칼을 들어 물을 한 번 휘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부강의 물이 여덟 됫박 섞였소."

 그러자 물을 떠온 이가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부강을 건너다 그만 물을 엎질러서 어쩔 수 없이 그곳 부강의 물을 여덟 됫박 떠서 채웠습니다."

포원이 만든 칼

 

 북송의 학자 이방李昉, 이목李穆, 서현徐鉉 등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편찬한 <태평어람太平御覽> '병부兵部'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포원은 삼국시대 촉한의 정승 제갈량이 아끼던 막료였다. 게다가 그는 이 시대에 검을 주조하는 데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명인이었다. 그가 만든 검은 쇠구슬이 가득한 죽통을 한칼에 쪼갰다고하여 '신도神刀'라는 명예를 얻었다고 한다. 

 포원의 초인적인 재능과 지혜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긴 했지만 여러 지방의 각기 다른 물을 담금질 하나로 구별할 수 있었다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강물의 서로 다른 특징을 오랜 경험으로 하나하나 알아냈음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재능과 지혜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과 긴 시간의 관찰 끝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있다.

 게다가 포원은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경험으로 얻어진 지혜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가려낼 수도 있었다.

 

옛적의 대장간을 재현한 그림. 포원은 원래 대장장이였다. 

 

 젊은이의 기개가 없는 동네는 이미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이든 이의 지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동네도 이미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다. 젊은이의 기개와 나이든 이의 지혜가 만나서 화합하는 동네, 이런 동네가 바로 천국이다. 봄과 여름, 이 두 계절만 있는 세상보다 가을과 겨울도 함께 있어야 살 만한 세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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