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 2

'경제'나 '안보'보다 앞서는 '신뢰'

초楚 나라 여왕厲王이 전선의 위급함을 알리는 북을 울려 백성들이 모두 방어에 나서도록 했다. 그가 술에 취한 뒤 잘못 북을 울렸기에 백성들이 매우 놀라서 허둥댔다. 여왕은 사람을 보내 백성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몸이 취하여 곁에 있던 측근과 농담하다가 장난삼아 북을 울리고 말았소.” 이리하여 백성들은 긴장을 늦추었다. 몇 달이 지나 전선의 위급함을 보고 받은 여왕이 북을 울렸지만 사람들은 전쟁 준비에 나서지 않았다. 여왕은 이제 명확한 경고로 바꾸어 명령을 내렸다. 그제야 백성들이 믿고 따랐다. 『한비자韓非子』「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보다 불과 몇 십 년 전, 서주의 마지막 군주 유왕幽王이 포사褒姒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려고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희롱한 이야기가 겹쳐서 떠오..

산문 마당 2022.09.07

저년의 코를 당장 베어라-위부인魏夫人과 정수鄭袖

회왕懷王이 화를 내며 명령을 내렸다. “코를 베어라.” 정수鄭袖는 앞서서 시종들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다. “대왕께서 말씀이 있으면 반드시 그 뜻을 따라야 하오.” 시종이 칼을 뽑아 이 여인의 코를 베었다. 王怒曰 : “劓之.” 夫人先誡御者曰 : “王適有言, 必可從命.” 御者因揄刀而劓美人. -『한비자韓非子』 「내저설하內儲說下」 “저년의 코를 당장 베어라.”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초회왕의 명령은 서슬이 퍼랬다. 군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고 살릴 수 있는 권한을 한 손에 틀어쥐었던 그 시절에 감히 앞을 막아서는 자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그렇게도 아낌없이 사랑을 주던 한 여인에 대한 미움 때문에 내린 명령이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초회왕은 전국시대 일곱 개의 강국 가운데 하나였던 초나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