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외저설좌상 2

돼지 잡은 증자曾子

증자의 아내가 저자에 가려고 나서자 아이가 꽁무니에 붙으며 홀짝홀짝 울었다. 그러자 어미가 아이에게 이렇게 일렀다. “집에 있어라, 그러면 어미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서 먹도록 할게.”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이 돼지를 잡아서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막아서며 말했다. “아이와 농담으로 한 말일 뿐이었어요.” 이 말에 남편은 이렇게 맞받았다. “아이는 농담할 상대가 아니외다. 어린 아이가 무슨 지혜가 있겠소?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서 배울 따름이오. 부모의 가르침을 따를 뿐이란 말이오. 오늘 당신이 이 아이를 속이면 아이에게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오. 어미가 아이를 속이면 아이는 어미를 믿지 않을 터이니, 이건 교육이 아니외다.” 말을 마치자 증자는 돼지를 잡아서 삶았다. ..

산문 마당 2022.11.21

'경제'나 '안보'보다 앞서는 '신뢰'

초楚 나라 여왕厲王이 전선의 위급함을 알리는 북을 울려 백성들이 모두 방어에 나서도록 했다. 그가 술에 취한 뒤 잘못 북을 울렸기에 백성들이 매우 놀라서 허둥댔다. 여왕은 사람을 보내 백성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몸이 취하여 곁에 있던 측근과 농담하다가 장난삼아 북을 울리고 말았소.” 이리하여 백성들은 긴장을 늦추었다. 몇 달이 지나 전선의 위급함을 보고 받은 여왕이 북을 울렸지만 사람들은 전쟁 준비에 나서지 않았다. 여왕은 이제 명확한 경고로 바꾸어 명령을 내렸다. 그제야 백성들이 믿고 따랐다. 『한비자韓非子』「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보다 불과 몇 십 년 전, 서주의 마지막 군주 유왕幽王이 포사褒姒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려고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희롱한 이야기가 겹쳐서 떠오..

산문 마당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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