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윗자리에 있는 자가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실행이 되고, 그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바로 이 장군을 가리키는 말이렷다! 내가 아는 이 장군은 시골사람처럼 정직하고 무던한데다 입을 열어도 말을 능숙하게 할 줄 몰랐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세상 사람들은 그를 알든 모르든 모두 슬퍼 마지않았다. 그의 진실한 품성이 사대부들의 믿음을 얻었던 걸까?
속담에 이르기를,
“복숭아나무 오얏나무는 말을 할 줄 몰라도 그 아래 좁은 길 절로 생긴다.”라고 했다.
이 속담은 비록 사소한 일을 가리키지만 이로써 큰 도리를 비유하고 있다.
『사기史記』「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가운데 마지막 단락에서 데려왔다.
책을 읽다 보면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있다. 그럴 때면 책장을 덮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오뉴월 더위에 해바라기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찬 물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세상이 어두워 절망하거나 헝클어져 분노할 때, 밑줄 긋고 싶은 구절 만나면 정말 행복하다. 이런 인물을 역사 무대에 다시 올려 부활시킨 작가가 있어서 행복하고, 나도 밑줄 그으며 이런 인물을 기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의 주인공 이광李廣은 지혜와 용기를 아울러 갖춘 장군으로서 서한西漢 초기 북방의 흉노와 벌인 일흔 차례 남짓한 전투에서 적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을 물리치며 한 차례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황제 인척들의 배척 속에 끝내 스스로 제 목숨을 내려놓아야 했던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52만 6천 5백 자에 이르는 불후의 명작『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열전」의 마지막 단락을 대부분 ‘태사공왈太史公曰~’로 시작한다. 사마천 자신의 말이기도 한 이 부분은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도무지 예사롭지 않기에 여기에 이르면 가만히 책을 덮고 한참이나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한무제漢武帝 때, 흉노와의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결국은 중과부적으로 투항한 이릉李陵을 변해하다 마침내 궁형을 받게 된 사마천의 울분을 웬만한 독자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릉이 누구인가? 바로 비장군飛將軍 이광의 손자 아닌가? 유시민은 그의『역사의 역사』에서 궁형의 아픔을 딛고 저술한 사마천의『사기史記』를 이르며 ‘우아한 복수’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로 이런 ‘우아한 복수’는 이 위대한 작품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단지 이 복수의 칼날이 깊숙이 숨어서 번득이고 있기에 눈빛 밝은 독자만이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도 말을 말하는 사마천의 재능은 정말로 비범하다. 이들의 ‘말’을 다시 ‘말’함으로써 사마천은 함께 어깨 겯고 역사의 무대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사람을 부활시킨다. 부활한 말은 역사 인물을 무대에 올려 다시 살린다. 그러나 말의 부활이 곧 인물의 부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