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2. 둘째 마당 - 目

효빈效嚬

촛불횃불 2021. 10. 5. 13:14

 공연 중에 이루어지는 상투적인 스타일은 가지각색이라 하나하나 다 셀 수 없는데, 참으로 격이 낮고 속된 내용을 어느 한 사람이 연출하고 나면 수많은 이들이 이를 본받아 표준으로 굳어지니,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로다!

 

 17세기 청淸 나라 극작가 이어李漁의 <한정우기閑情偶寄> '연습부演習部' 가운데 한 부분이다. 그가 ‘괴이쩍은 일’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도 여러 사람의 눈길을 받는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단지 이들의 비속한 행동이 미칠 부정적인 결과를 염려했음이 분명하다.

 옛적 초楚 나라 영왕靈王이 몸매 가는 사람 좋아하자 이 나라 사대부들이 먹을 것 덜 먹으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물론 온 나라 백성들이 이를 본받아 굶어죽더라도 몸매 날씬해지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에 뒤따른다.

 

동시東施가 서시西施를 흉내내는 모습

 거의 같은 시기, 월越 나라 미녀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로 늘 이마를 찡그리자 같은 동네 아가씨들이 이 모습조차 아름답다며 흉내를 냈다지 않은가. 멋모르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남의 결점을 장점인 줄 알고 따라한다는 뜻을 지닌 ‘효빈效嚬’도 여기서 비롯된 낱말이다.

 예나 이제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자는 말 한 마디 행동 한 가지라도 살얼음 딛듯 조심해야 한다.

 속되고 비루한 언행의 전파 속도는 예나 이제나 광속이다.

 

위 인용한 글의 원문은 이러하다.

戱場惡套, 情事多端, 不能枚紀. 以極鄙極俗之關目, 一人作之, 千萬人效之, 以致一定不移, 守爲成格, 殊可怪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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