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2. 둘째 마당 - 目

안목眼目

촛불횃불 2021. 11. 8. 11:44

 무릇 사물은 겉모습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라지 싹은 벼이삭처럼 보이고 검은 소의 황색 무늬는 호랑이처럼 보이며, 백골은 상아처럼 보이고, 붉은 바탕에 흰무늬가 있는 돌은 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 즉 ‘사이비’이다. 

 

 <전국책戰國策> '위책1魏策一'에서 뽑아왔다.

 

한창 때의 위나라 형세도

 전국시대 초기에는 위魏 나라가 칠웅 가운데 앞이었다. 인재를 알아본 위문후魏文侯와 그의 뒤를 이은 위무후魏武侯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임지 업현鄴縣으로 떠나는 서문표西文豹가 공을 세우고 이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위문후가 내놓은 말 가운데 한 부분이다.

 권력을 가진 자 곁에는 권력의 한 부분이라도 손에 쥐려는 자들이 떼로 몰려든다. 이들의 분장술은 오늘날의 무대 뒤 코디네이터를 뛰어넘는다. 거짓의 무리에게 넘어가는 날, 애써 세운 공은 무너지고 힘들여 얻은 이름은 날아간다.

 ‘가라지 싹’과 ‘벼이삭’, ‘황색 무늬 가진 검은 소’와 ‘호랑이’, ‘백골’과 ‘상아’, ‘붉은 바탕에 흰 무늬가 있는 돌’과 ‘옥’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가짜와 진짜, 그리고 거짓과 진실은 밝은 눈빛 잃은 자에게는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목은 사물의 좋고 나쁨, 진위, 그리고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서문표의 모습

 참, 전국시대 위나라 업현鄴縣의 목민관으로서 기개는 물론 재치까지 아울러 가졌던 서문표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에서 만날 수 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이 부분을 한 번 펼쳐보면 좋겠다.

 

*위 인용한 글의 원문을 여기 모신다. 관심 있는 이는 한번 살펴보시라.

夫物多相類而非也幽莠之幼也似禾驪牛之黃也似虎白骨疑象碔砆類玉此皆似之而非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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