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온몸의 주요 부분이며, 눈은 또 얼굴의 주요 부분이다. 관상을 보는 이는 언제나 얼굴부터 살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또 얼굴을 보는 데는 먼저 눈부터 살핀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파고들며 연구하지는 않는다. 나는 관상을 보는 방법으로 반드시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잘 알아야 그 형체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무엇인가? 바로 눈썹, 머리카락, 입, 이, 귀, 코, 그리고 손과 발 따위이다. 마음은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는가?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눈이 있으니 걱정 말라. 마음의 바름과 그름을 살피는 데 눈을 살피는 것보다 더 절묘한 방법은 없다."
17세기 청나라 때 극작가 이어李漁가 쓴 <한정우기閑情偶寄> '성용부聲容部-미안眉眼'에서 앞부분 한 단락을 가져왔다.
우리 몸의 감각 기관 가운데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입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간의 긴 역사가 증명하듯이 입이야말로 자신의 참모습을 감추고 숨기는 데 온 힘을 기울인 게 사실이다. 귀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귓불이 발개질 때를 생각하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귀의 경우,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눈은? 사랑, 미움, 노여움, 즐거움, 기쁨, 슬픔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때에 따라 곳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눈밖에 없다. 게다가 입은 타자가 겪는 고통에 침묵할 수 있지만 눈은 결코 그런 경우가 없다.
'얼'의 '꼴'이 곧 '얼굴'이라 했다. 얼굴 중에서도 얼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눈이기에, 눈을 일러 '마음의 창'이라고 했겠다. 눈이 맑은 이는 마음도 맑고, 마음이 맑은 이는 몸도 편안하게 마련이다. 눈의 평화가 몸과 마음의 평화이다.
* 위 <한정우기> 속의 명문장은 온전히 '촛불횃불'이 번역하였으며, 이 고전 명문장[말]에 대한 '말'도 '촛불횃불'의 창작품입니다.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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