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2. 둘째 마당 - 目

금덩어리만 눈에 보이니

촛불횃불 2021. 9. 9. 18:23

 지난날 제齊 나라에 황금을 손에 넣으려는 이가 있었다. 이 사람이 이른 아침에 옷 입고 모자 쓰고 저자로 나가서 황금을 파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틈을 타서 황금을 슬쩍 가지고 자리를 떴다. 그를 잡은 관리가 이렇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거기 있었는데, 자넨 어떻게 다른 사람의 황금을 가져갈 생각을 했는가?"

 그러자 이 사람을 이렇게 대답했다.

 "황금을 슬쩍 손에 넣을 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덩어리만 보입디다."

-황금에 눈이 먼 사나이

 전국시대 정鄭 나라의 철학자 열어구列御寇의 저서 <열자列子> '설부說符' 마지막 단락에서 가져왔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나 이제나 탐욕으로 이성을 잃은 자의 행태는 하나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열어구가 살았던 2천 4백여 년 전에도 그러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명천지에도 이런 인물은 거리를 활보한다.

열어구, 곧 열자의 모습

 

 황금에 눈이 먼 자는 정권을 손에 잡으면 이권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권을 잡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 그러니 눈에 뵈는 게 없다. 이성을 잃었는데 겁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금덩어리만 눈에 보이는 이들의 끝은 죽음뿐이다. 끝장을 맞는 날,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그럴 듯한 거짓도 죽음을 맞는다. 그들의 하나뿐인 우주도 막을 내린다.  

 

* 위 열어구의 <열자> 가운데 인용한 명문장은 온전히 '촛불횃불'이 번역하였으며, 이 고전 명문장[말]에 대한 '말'도 '촛불횃불'의 창작품입니다.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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