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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②

2-가-b.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 땅이 부는 퉁소 소리,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 [人籟], [地籟], [天籟]  덕행과 고결한 성품으로 알려진 초楚 나라의 은사 남곽자기南郭子綦와 그의 제자인 안성자유顔成子游의 대화는 이제 ‘사람이 내는 퉁소 소리’, ‘땅이 내는 퉁소 소리’, 그리고 ‘하늘이 내는 퉁소 소리’로 이어집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잊었다’는 ‘망아忘我’의 경지를 아느냐고 물은 뒤 곧장 이 세 가지 소리로 훌쩍 건너뜁니다. 어느 날, 남곽자기는 책상에 몸을 기대어 조용히 앉아서 온갖 잡된 생각을 멀리한 채 자신과 세계를 모두 잊으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빠집니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곁에서 그를 모시던 안성자유는 말라서 죽은 나무처럼, 불 꺼진 재처럼 움직임조차 없는 스승..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만필 ①

2-가-a. 나는 나를 잊었다[吾喪我]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책상에 몸을 기대어 비스듬히 앉아서 하늘 우러르며 한숨을 짓는데 그 멍한 모습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다. 안성자유顔成子游가 그를 앞에서 모시고 서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몸뚱이란 본래 말라서 죽어 버린 나무처럼 될 수 있고 마음도 본래 불 꺼진 재처럼 될 수 있다는 겁니까? 지금 책상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으신 모습은 예전에 책상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으셨던 모습이 아닙니다.” 제자의 이 말에 자기子綦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偃아, [안성자유의 성은 안성顔成, 자는 자유子游, 이름은 언偃이다] 네가 참으로 훌륭한 질문을 하는구나!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잊었는데, 너는 이 사실을 알 수 있느냐? 너는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장자莊子> 만필-두 가지 일화(장자와 혜시)⑦

두 가지 일화-외편「추수秋水」에서  혜자가 양梁 나라의 재상이 되자, 장자가 찾아가서 그를 만나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이가 혜자에게 이렇게 일렀다. “장자가 와서 당신 재상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오.” 그러자 혜자는 두려워서 사흘 동안 밤낮으로 온 나라 안에서 그를 찾았다. 장자는 (이를 알고) 그를 찾아가서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남쪽 땅에 새가 있는데, 이름을 원추鵷鶵라고 하오. 그대는 이 새를 아시오? 이 새는 남녘 바다를 떠나 북녘 바다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러 쉬지 않고 멀구슬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감미로운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소. 그런데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가 지나는 원추를 보고 쳐다보며 ‘꿱!’하고 소리를 질렀다지 않소. 지금 그대가 양나라 재상 자리 때문에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만필 ⑥

‘쓸모없음’[無用]과 ‘쓸모없음의 큰 쓸모’[大用]……장자와 혜자의 두 번째 논쟁  혜자가 장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걸 가죽나무라 부르오. 이놈의 큰 줄기는 울퉁불퉁하여 먹줄을 댈 수가 없고, 작은 가지는 구불구불 비비 꼬여서 자를 댈 수가 없소. 길가에 서 있지만 목수도 거들떠보지 않소. 지금 선생이 하는 말은 크지만 쓸모가 없으니 사람들이 외면하는 거요.” 이 말에 장자는 이렇게 받았다. “선생은 들고양이나 족제비를 보지 못했소? 땅바닥에 바짝 웅크리고서 놀러 나오는 닭이나 쥐를 노렸다가 이리저리 뛰며 높고 낮은 데를 가리지 않소. 그러다가 결국은 덫에 걸리거나 그물에 걸려서 죽게 되오. 하지만 털 검고 꼬리 긴 저 소는 큰 몸집이 하늘 드리운 구름 같아서 큰 일..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만필⑤

a. ‘쓸모없음’[無用]과 ‘쓸모없음의 큰 쓸모’[大用]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위魏 나라 임금이 내게 큰 박의 씨를 주어서 심었더니, 곡식을 다섯 섬이나 담을 정도로 커다란 열매가 열렸소. 국물을 담자니 무거워서 들 수 없고, 쪼개어서 바가지로 쓰자니 납작하고 얕아서 뭘 담을 수가 없소. 엄청나게 크기는 했지만 아무 쓸모가 없어서 부숴버렸소.” 장자가 말했다. “선생은 큰 것을 쓰는 데 정말로 서툴군요. 송宋 나라에 손 안 트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대로 솜을 물에 빠는 일을 업으로 삼았소. 이 이야기를 들은 어느 나그네가 백금百金을 주고 약 만드는 방법을 사겠다고 하자, 온 집안 식구를 한데 모으고 의논을 했소. ‘우리는 세세대대로 솜 빠는 일을 해 오고 있지만,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만필④

1-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  (북쪽) 송宋의 어떤 이가 장보章甫를 만드는 기술을 밑천으로 삼아 남쪽 월越에 가서 모자를 팔려고 했다. 월에 사는 사람들은 머리를 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몸에 문신을 했기에 모자를 쓸 일이 없었다. 요 임금이 천하의 백성을 잘 다스리고 세상을 안정시키고 나서 막고야산으로 네 분의 신인을 뵈러 갔다. 분수汾水 북쪽의 도읍으로 돌아오자 그만 멍하니 얼이 빠지며 천하를 잊어버렸다.   宋人資章甫而適諸越,越人斷髮文身,無所用之。堯治天下之民,平海內之政,往見四子藐姑射之山,汾水之陽,窅然喪其天下焉。  이 책에서 내가 모본母本으로 삼는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은 앞의 ‘견오’와 ‘연숙’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하나의 문단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여기 데려온 송의 어..

<장자莊子> '소요유 逍遙遊' 만필漫筆 ③

맑은 눈 밝은 귀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가르침을 간청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접여接輿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네만, 이게 너무 큰소리에 터무니가 없는 데다, 한번 시작하면 나아가기만 했지 원래 이야깃거리로 돌아올 줄 모른다데. 난 그 이야기가 하늘의 은하수처럼 끝이 없어서 사뭇 놀랍고 두려웠네. 보통 사람의 말과는 차이가 너무 커서 사리에도 맞지 않단 말일세.” 이 말을 들은 연숙이 물었다. “그가 한 말이 어떤 내용인데?” 견오가 들은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저 먼 막고야산藐姑射山에 신인神人이 사는데, 피부는 응결하여 얼음이 된 눈처럼 하얗고 몸매는 처녀처럼 부드럽다네. 곡식은 입에 대지 않고 맑은 바람에 단 이슬만 마시며 구름 타고 용을 몰아 온 세상을 노닌다네. 정신이 한데 모이면 세상 만물이..

<장자莊子> '소요유 逍遙遊' 만필漫筆 ②

1-나. 실상實像과 허상虛像  요堯 임금이 천하를 허유許由에게 넘겨주어 맡기려고 이렇게 말했다. “해와 달이 떠올랐는데, 자그마한 횃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타고 있으니, 이걸 햇빛이나 달빛에 견주면 정말 헛된 일 아니겠습니까? 때맞추어 비가 내렸는데, 아직도 쉬지 않고 물을 대고 있으니, 온 땅이 받은 혜택으로 본다면 정말 부질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임금의 자리에 앉으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텐데, 내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나는 정말 부족하오니, 바라옵건대 부디 천하를 맡아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다. “그대는 이미 천하를 잘 다스리고 있소. 그런데 내가 그대를 대신하다니, 임금이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란 말이오? ‘명성[名]’이란 ‘실질[實]’의 ‘손[賓]’에 불과한데, 나더..

<장자莊子> '소요유 逍遙遊' 만필漫筆 ①

1-가-a. 변화變化   a.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은 곤鯤이다. 곤의 크기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붕의 등짝이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힘껏 솟구쳐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닷물이 일렁이며 큰바람 불면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고 한다. 남녘 바다란 천지天池를 말한다.   b.『제해齊諧』는 괴이한 일을 적은 책이다. 이 책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붕이 남녘 바다로 날아갈 때에 날개로 물낯을 치면 불러일으킨 파도가 3천 리, 회오리바람 타고 9만 리 높이 올라 여섯 달을 날아서야 목적한 곳에 이른다.”   北冥有魚,其名爲鯤。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化而爲鳥,其名爲鵬。鵬之背,不..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 응제왕應帝王  ‘응제왕應帝王’은 장자莊子> 내편 가운데 마지막 편이다. 이 편에서 장자는 자신의 정치에 대한 사상을 표현했다. 장자의 우주 만물에 대한 인식은 ‘도道’에 바탕을 두었다. 그는 온 우주 만물은 하나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분별할 수도,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였으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도 자연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인위적인 요소는 모두 외재적이고 부가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했기에, 장자의 정치적 주장은 바로 ‘불치위치 不治爲治’요 ‘무위이치無爲而治’였다. 이 둘은 이 편의 핵심이다. 어떤 사람이 ‘마땅히’ ‘제왕帝王’이 되어야 하는가? 당연히 자연에 맡길 수 있는 사람, 백성의 마음에 순응하는 사람, 그리고 ‘불언지교不言之敎’를 행하는 사람이다. 전문은 대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