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커다란 공적을 세우며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을 우리는 앞세워 기린다. 그런데 이들 곁에는 곤경과 좌절로 비틀거리는 상대를 따스한 말 한 마디로 안심시키며 일으켜 세운 여성도 있다. 지혜와 총명에 더하여 따스한 모성이 곤경과 좌절에 빠진 남성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며 역사에 우뚝 세운 예를 역사는 기억한다. 이와는 달리 사람으로서는 차마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른 여성도 없지 않다. 그 악랄함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을 한참 벗어났기에 역사는 또 이들을 기억한다. 역사는 낮은 곳에서 한평생을 보냈던 인물을 높은 무대에 올려 부활시키기도 하지만, 살아생전 큰 권력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못할 짓 마다않던 인물을 다시 무대에 올려 이들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안기기도 한다.
사마천의 <사기>도 다르지 않다. 사마천도 스포트라이트와 회초리를 함께 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마천이 <사기>라는 무대에 올린 인물은 4천여 명이다. 어느 시대에나 여성의 숫자는 남성과 비슷했을 터이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남성 편이었다. 히스 스토리(History)에서 그나마 조각으로 남아 있는 '그녀의 이야기', 허 스토리(Her story)를 찾는 데에는 여성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필요하다. <사기>에는 4천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숫자는 남성의 숫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다. 그나마 사마천의 붓이 아니었더라면 역사의 무대에서 그 이름 영원히 사라졌을 터, 이들을 오늘 다시 찾는다.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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