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는 겨울에 읽기 좋다. 그 당시 사람들의 정신에 쉽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여름에 읽기 좋다. 이때 대낮이 길어 기분 좋게 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자백가는 가을에 읽기 좋다. 이때 하늘 높고 날씨 상쾌하여 남다른 운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선비들의 작품은 봄에 읽기 좋다. 이때 만물이 일어나며 생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또 경전은 홀로 앉아서 읽으면 좋고, 역사는 친구와 함께 읽으면 좋다.
청淸 나라 때 장조張潮의 소품 문집 <유몽영幽夢影> 가운데 한 구절이다.
계절에 따른 독서의 갈래를 재미있게 내보인다. 계절이 다르면 책을 읽는 느낌도 다르다는 데 이르면 이 분의 다양한 독서 경험이 손에 닿는 듯하다.
여러 가지 독서 환경 가운데 옛 선비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야독夜讀’이었다. 그것도 ‘눈 내리는 밤, 문 걸어 잠그고 금서禁書 읽기’를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우리에게도 ‘금서’가 많았던 지난날이 있었다. 예나 이제나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군주도 사람의 생각을 가두는 일에 성공한 이는 없었다. 남의 생각을 제 생각과 같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실패했다.
군주의 이런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데는 ‘독서’만한 게 없다. 봄여름 갈 겨울, 때마다 철 맞추어 그대를 사람답게 만드는 책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위 인용한 글의 원문을 여기 모신다. 관심 있는 이는 살펴보시라.
讀經宜冬, 其神專也 ; 讀史宜夏, 其時久也 ; 讀諸子宜秋, 其致別也 ; 讀諸集宜春, 其機暢也. 經傳宜獨坐讀, 史鑒宜與友共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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