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3

이런 사람 없어 걱정

세상에 유능한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이 신하를 다루어 쓸 수 있는 군주가 없음을 걱정하라. 세상에 재화財貨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재화를 분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라. 『관자管子』「목민牧民」가운데 한 구절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군주 환공을 첫 번째 패자의 위치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관중도 신하보다는 군주에게 더 큰 책무가 있음을 앞세웠으며, ‘재화의 유무’보다는 ‘분배’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아랫사람을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조차 없는 군주가 나라 망친 예는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서도 적잖이 찾을 수 있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잇속 차리기 바쁜 소인배들이 구린내에 파리 꾀듯 판을 친다. 이만큼 잘 사는데 불만이 들어설 틈이 어디 있느냐,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도 ..

산문 마당 2022.09.07

백성이 곧 하늘

제齊 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물었다. “임금이라면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할까요?” 관중이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께서는 마땅히 하늘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환공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관중이 다시 말했다. “제가 말씀 올린 하늘은 가없이 넓고 넓은 하늘이 아닙니다.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지지하고 나라는 평안해지고,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도와주고 나라는 강대해집니다. 그러나 백성이 임금을 비난하면 나라는 위험에 빠지고, 백성이 임금을 배반하면 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유향劉向의『설원說苑』「건본建本」 가운데 한 부분이다. 군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친 채 주색에 빠졌던 제나라 양공襄公의 뒤를 이어 자리에 오른 환공이 춘추시대 첫 번..

굶어죽은 군주-제환공齊桓公

환공, 관중을 받아들이다 사실 관중은 환공桓公 편이 아니었다. 환공이 제나라 군주의 자리에 오르기 전, 그는 공자 소백小白이었다. 곁에는 배다른 형 공자 규糾가 있었다. 군주는 양공襄公, 이들의 형이었다. 함께 살려면 자기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해 품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양공은 그러하지 않았다. 이웃 노나라 환공을 술에 취하게 만든 뒤 주살했을 뿐만 아니라 그 부인과 가만히 정을 통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행동거지가 수시로 변하는 양공을 지켜보던 소백과 규, 이들 둘은 각각 거莒 나라와 노魯 나라로 몸을 피했다. 아무런 까닭 없이 사람을 마구 죽이는 양공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곁에서 소백 편에 섰던 이가 포숙아였고 규 편에 섰던 이가 관중이었다. 양공을 시해하고 제나라 군주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