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여 3

멸문지화를 막은 여인-조괄趙括의 어머니

기원전 262년에 시작되어 기원전 260년까지 무려 세 해 동안 장평長平(지금의 산시성山西省 가오핑시高平市) 땅에서 벌어진 ‘장평대전長平大戰’은 전국시대 막바지 누가 마지막 패자가 되느냐를 놓고 겨룬 큰 전쟁이었다. 맞상대는 조趙 나라와 진秦 나라. 당시 조나라 군주 효성왕孝成王은 ‘호복기사’로 이름을 떨친 무령왕의 손자였으며, 진나라 군주 소왕昭王(소양왕昭襄王이라고도 함)은 상앙商鞅이 추진했던 개혁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밀고 나간 혜왕惠王의 손자였다. 이들이 천하를 둔 건곤일척의 패를 던졌다. 상앙을 곁에 두었던 진나라 효공 이후 이 나라의 모든 얼개는 칠웅 가운데 마지막 일웅이 되기 위한 전시 체제였다. 전쟁터에서 베어 온 적군의 머리 숫자가 곧 논공행상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체제를 몇 십 년 동안 이..

역할

예전에 어떤 이가 사냥 갈 준비를 했다. 이 양반은 송골매를 잘 몰랐기에 들오리를 한 마리 사서 들판으로 나아가서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 이 양반이 들오리를 공중으로 던지며 토끼를 잡도록 했으나, 들오리는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잡아서 공중으로 던졌지만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서너 차례 반복하자 들오리는 뒤뚱뒤뚱 이 양반 앞으로 걸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는 들오리입니다. 제 본분은 잡혀 먹히는 것입니다. 어찌 저를 마구 집어던져서 괴롭힌단 말입니까?” 이 말을 들은 사냥꾼 이 양반이 입을 열었다. “나는 자네가 토끼 잡을 줄 아는 송골매인 줄 알았는데, 그래, 들오리란 말인가?” 들오리는 제 발바닥을 들어 올려 보이며 사냥꾼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 발을 보셔요, 토끼를 잡을 수..

산문 마당 2022.09.07

갈등과 화해-염파廉頗와 인상여藺相如

-앞 이야기 전국시대 말엽, 서쪽 변방의 진나라가 함부로 넘보기에는 버거운 상대가하나 있었으니 바로 조나라였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철저히 무릎 꿇리기엔 자기가 입을 상처도 만만치 않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조나라에는 염파廉頗, 인상여藺相如, 그리고 조사趙奢 같은 영명하고 지혜 넘치는 인물이 있었던 것이다. 기원전 279년, 화씨벽和氏璧이라는 옥덩어리 하나가 조나라 조정에 풀기 힘든 문제를 던졌다. 당시 조나라의 군주는 혜문왕惠文王, 진나라의 군주는 소양왕昭襄王이었다. 소양왕이 던진 말 한 마디, 그것도 계산된 말 한 마디에 조나라 혜문왕은 조정 대신들에게 지혜를 구했다. 진나라 소양왕의 요구는 이러했다. “성읍 열다섯을 드릴 테니 화씨벽을 우리 진나라에 넘기시오.” 이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