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잡편」〈열어구〉에서 만난 이야기 한 도막, 여기 가져온다
장자가 이제 세상을 떠나려고 하자 제자들이 그를 후하게 장사지내려고 했다. 이를 안 장자는 이렇게 일렀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곽으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로 삼고, 별들을 아름다운 구슬로 삼고, 만물을 장례에 쓰는 증정품으로 삼을 터이다. 내 장례 도구가 어찌 갖추어진 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뭘 더 보태리오!"
장자의 이 말에 제자들이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님의 몸을 쪼아먹을세라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땅 위에서는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가 되고, 땅 밑에서는 땅강아지와 개미의 먹이가 될 터인데, 저것들이 먹을 것을 앗아서 이것들에게 준다면 어찌 편벽되지 않으랴!"
莊子將死,弟子欲厚葬之。莊子曰:“吾以天地爲棺槨,以日月爲連璧、星辰爲珠璣、萬物爲齎送。吾葬具豈不備邪? 何以加此!”弟子曰:“吾恐烏鳶之食夫子也。”莊子曰:“在上爲烏鳶食,在下爲螻蟻食,奪彼與此,何其偏也!”
그때, 유가는 '후장厚葬'을, 묵가는 '박장薄葬'을 주장했는데, 장자는 '부장不葬'을 내세웠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는가? 이런 질문은 참으로 부질없다. 이 세상에 맞고 틀리는 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자>를 만나려면 이런 생각의 틀을 깨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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