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간세人間世
<인간세人間世>의 핵심은 처세의 이치에 대한 논의이다. 장자가 주장한 처세의 이치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이 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부분은 ‘可不懼邪’까지, 그 뒤가 나머지가 한 부분이다.
앞 부분은 전해오는 이야기 세 개를 제시하면서 자기의 의견을 가탁한다. 공자가 벼슬하려고 위衛 나라로 떠나는 안회顏回와 나누는 대화, 섭공자고葉公子高가 사신으로서 제齊 나라로 떠나며 공자에게 가르침을 간청하는 장면, 안합顔闔이 위衛 나라 태자의 스승으로 초빙되어 갈 때 거백옥蘧伯玉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장면 등을 통하여 처세의 어려움을 이르며 신중하지 않을 수 없음을 설명한다.
참으로 힘든 세상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장자』는 먼저 ‘심재心齋’, 곧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사를 마주함[虛以待物]’을 내세운다. 이어서 ‘어쩔 수 없으면 운명으로 여기고 평온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知其不可奈何而安之若命]’라는 점을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자기 몸을 바르게 하라[正女身]’고 요구한다. 이와 더불어 ‘몸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외부 환경에 적응할 것이며[形莫如就], 마음은 조화롭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것[心莫如和]’을 주장한다. 이는 결국 예전의 ‘무기無己’에 귀결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온 힘을 다하여 ‘무용無用’이 ‘유용有用’이 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나무가 재목으로 쓸 수 없었기에 마침내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지리소支離疏의 몸뚱이가 불완전했기에 수많은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비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지만 ‘쓸모 없음의 쓸모’는 모른다며 두 번째 부분의 전체적인 결론으로 삼는다.
전후 두 부분은 서로 보완적으로 세상사의 어려움이 ‘무용無用’의 쓸모라는 관점으로, 곧 ‘무용’의 쓸모야말로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사를 마주함[虛以待物]’의 구체적인 드러남이라고 이른다. ‘무용’의 쓸모는 장자가 가졌던 ‘허무虛無’라는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했지만, 또한 변증법으로 가득하다. 쓸모와 쓸모 없음은 객관적이만 또한 상대적이다. 더구나 특정한 환경 속에서는 바뀌어 달라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독재에 항거하기
1. 안회顏回가 공자에게 떠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디로 가려는가?”
“위衛 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무엇을 하려고 가는가?”
“위나라 임금이 젊은 나이에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나라를 다스리는데도 제 허물은 모른답니다. 백성들을 마구 부리며 사지로 몰아넣어 죽은 사람의 시체가 늪에 쓰러진 시든 풀과 같고, 살아 있는 백성들은 머물 곳을 잃었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잘 다스리는 나라를 떠나 혼란한 나라를 구하러 가라, 의원 집 문 앞에는 병든 이가 많으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들은 바 원칙을 생각하면 위나라가 나아짐이 있지 않겠습니까?”
*공자와 안회의 이 대화는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 없이, 장자가 설정한 가상 이야기이다.
顏回見仲尼請行。曰:「奚之?」曰:「將之衛。」曰:「奚為焉?」曰:「回聞衛君,其年壯,其行獨,輕用其國,而不見其過,輕用民死,死者以國量乎澤,若蕉,民其无如矣。回嘗聞之夫子曰:『治國去之,亂國就之,醫門多疾。』願以所聞思其則,庶幾其國有瘳乎!」
*如 ... ‘往’과 같다. ‘無如’ ... 가서 머물 곳이 없다.
*瘳 ... 병이 낫다, 완쾌하다. 이곳에서는 ‘나라가 원기를 회복하다’는 의미이다.
섣불리 덤빌 수 없다
2. 공자가 일렀다.
“아이고! 네가 거기 가면 아마도 살해될 거야. 무릇 도道는 뒤섞여서는 안 되지. 뒤섞이면 일이 번다해지고, 번다해지면 걱정이 생기고, 걱정이 생기면 우환을 겪게 되고, 우환을 겪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지. 옛날 지인至人은 먼저 자신을 성숙시킨 뒤에야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네. 자신도 확실히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포악한 자가 저지르는 행위에 간여할 수 있겠느냐?”
仲尼曰:「譆!若殆往而刑耳!夫道不欲雜,雜則多,多則擾,擾則憂,憂而不救。古之至人,先存諸己,而後存諸人。所存於己者未定,何暇至於暴人之所行!
*殆 ... 아마 ~ 일 것이다, 아마도.
*暴人 ... 포학하게 정치를 하는 사람. 여기서는 위나라 임금을 가리킨다.
3. “게다가 너는 덕德이 어떻게 망가지고, 못된 앎은 어디서 생기는지 아느냐? 덕은 이름을 내려는 데서 망가지고, 못된 앎은 서로 다툼에서 생기느니라. 이름을 내려는 것은 서로 알력을 일으키는 것이고, 못된 앎은 서로 다투기 위한 무기이지. 이 두 가지 흉기는 삶에서 써서는 안 될 것들이지.”
且若亦知夫德之所蕩,而知之所為出乎哉?德蕩乎名,知出乎爭。名也者,相軋也;知也者,爭之器也。二者凶器,非所以盡行也。
4. “또한 덕이 깨끗하고 두터우며 행위가 믿음직스럽고 성실해도 아직 상대방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고, 명성을 두고 겨루지 않아도 아직 상대방의 마음을 널리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네. 그런데도 억지로 인의仁義니 법도니 하는 말을 포악한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추행으로써 자기의 미덕을 드러내는 것일세. 이를 일러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라고 하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이는 다른 사람도 그를 반드시 해치게 마련이지. 네가 다른 사람의 해침을 당할세라 걱정일세.”
且德厚信矼,未達人氣;名聞不爭,未達人心。而彊以仁義繩墨之言術暴人之前者,是以人惡有其美也,命之曰菑人。菑人者,人必反菑之,若殆為人菑夫!
*繩墨 ... 규범, 규칙.
*菑 ... ‘災’의 異体.
5. “더구나 위나라 임금이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이를 좋아하고 악인을 미워한다면, 어떻게 너를 써서 변화가 있게 만들겠느냐? 네가 진언하지 않으면, 임금은 네가 우연히 내놓은 말실수를 틈타서 재빨리 논쟁을 펼치며 싸움을 걸 것이다. 그러면 너는 눈이 어질어질, 얼굴은 짐짓 평화로운 체, 입은 우물우물, 태도는 어쩔 수 없이 굽신굽신, 마음은 끄덕끄덕 찬성, 이는 불로써 불을 끄고, 물로써 물을 막으려는 것, 이를 일러 잘못 거듭하기라네. 복종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네가 신임 없이 진언하다가는 분명 저 폭군 손에 죽을 것이다.
且苟為悅賢而惡不肖,惡用而求有以異?若唯无詔,王公必將乘人而鬭其捷。而目將熒之,而色將平之,口將營之,容將形之,心且成之。是以火救火,以水救水,名之曰益多,順始无窮。若殆以不信厚言,必死於暴人之前矣。
*而 ... 너, 당신, 자네 *王公 ... 위나라 임금을 가리킴.
*乘人 ... 말을 실수한 틈을 타서 *熒 ... 현혹되다, 미혹되다.
*色 ... 혈색, 안색, 얼굴빛.
6. 옛날 걸桀 임금은 관룡봉關龍逢을 죽이고, 주紂 임금은 왕자 비간比干을 죽였지. 이 두 신하는 모두 제 몸을 잘 닦았지만, 신하의 신분으로서 임금의 백성을 어루만져 사랑하면서 동시에 윗분을 거슬렀다. 이들의 훌륭한 수양 때문에 임금은 이들을 배척했다. 이둘은 이름 날리기를 좋아했던 이들이다.
옛날 요堯 임금이 총지叢枝와 서오胥敖를 공격하고, 우禹 임금이 유호有扈를 쳤는데, 이들 나라는 황무지가 되고 후손마저 없어졌으며, 이들 세 나라의 임금들은 형벌을 받아 죽었으니, 이들이 군대를 일으킴에 끝이 없었고, 실리를 좇음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명예를 구하고 실리를 좇았기 때문인데도, 너는 홀로 이를 듣지 못했단 말이냐? 명예나 실리는 성인도 뛰어넘을 수 없는데, 네가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 그렇다고는 하지만 네게 무슨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어디 내게 한번 말해 보게.”
且昔者桀殺關龍逢,紂殺王子比干,是皆脩其身以下傴拊人之民,以下拂其上者也,故其君因其脩以擠之。是好名者也。昔者堯攻叢枝、胥敖,禹攻有扈,國為虛厲,身為刑戮,其用兵不止,其求實无已。是皆求名、實者也,而獨不聞之乎?名、實者,聖人之所不能勝也,而況若乎!雖然,若必有以也,嘗以語我來!」
*桀 ... 하夏 왕조 최후의 임금, 역사에 포악한 군주로 유명함.
*關龍逢 ... 하나라 걸 임금 시대의 어진 신하, 직간하다가 걸 임금에게 살해됨.
*紂 ... 상商 왕조 최후의 임금. 역사에 폭군으로 기록됨.
*比干 ... 상 나라 주 임금의 서출 숙부, 앞의 관룡봉처럼 주 임금에게 직간하다가 살해됨.
*下 ... 신하의 지위. *傴拊 ... 정성껏 보살피다. *人 ... 人君, 임금.
*拂 ... 위반하다, 거스르다. *上 ... 윗자리에 있는 사람. 이 글에서는 임금을 가리킴.
*修 ... 도덕적으로 수양함. *擠 ... 밀어내다, 배척하다.
*叢枝, 胥敖 ... 요 임금 때의 자그마한 나라 이름.
*虛 ... 墟. *厲 ... 사람이 죽어 후대가 없어짐.
*實 ... 실리, *已 ... 止
*以語我 ... 그것을 내게 알리다.
*來 ... 문장의 말미에 쓰여 진술, 명령, 감탄, 의문 따위를 나타내는 조사. 이런 것들을 語氣 詞 또는 語助詞라고 함.
정치적 준비
7. 안회가 물었다.
“단정하면서도 겸허하고 애를 쓰면서도 한결같으면 되겠습니까?”
“안 되지, 그런다고 어찌 되겠는가? 위나라 임금은 억센 기운이 평소 넘치는 데다 매우 변덕스럽기에 사람들이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지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억누름으로써 자기 욕망을 마음껏 추구한다. 이를 이름하여 ‘나날이 닦는 덕’도 이루지 못하면서 큰 덕을 바랄 수 있으랴! 자기 뜻을 고집하여 변화하지 않으니, 겉으로는 네 뜻에 맞추면서 속으로는 자기 언행을 반성할 리 없으니, 어찌 되겠는가?”
顏回曰:「端而虛,勉而一,則可乎?」曰:「惡!惡可?夫以陽為充孔揚,采色不定,常人之所不違,因案人之所感,以求容與其心。名之曰日漸之德不成,而況大德乎!將執而不化,外合而內不訾,其庸詎可乎!」
*端 ... 단정하다. *虛 ... 겸허하다, 겸손하다. ‘端’은 겉모습, ‘虛’는 마음, 내심.
*勉 ... 근면 성실하게 노력하다. *一 ... 始終如一.
*惡 ... 아, 아니.(이 경우 감탄사, 반박과 비난의 뜻이 있음), 잇달아 나오는 ‘惡’은 의문사임.
*陽 ... 맹렬한 기세, 억센 기운. *充 ... 가득하다. *孔 ... 매우, 심히
*揚 ... 겉으로 드러나다.
*采色 ... 얼굴 표정, ‘采色不定’은 ‘매우 변덕스럽다’
*案 ... 억누르다. *容與 ... 放縱, 제멋대로다.
*執 ... 자기 의견을 고집하다.
*庸詎 ... 어찌, 어떻게.
*訾 ... 비난하다. ‘不訾’ ...자기 언행에 대하여 반성하기를 바라지 않다.
8. “그러면 제가 속으로는 곧은 마음이지만 겉으로는 굽신거리고, 제 주관을 말하면서 옛날 현인들에 빗대겠습니다. 마음이 곧은 자는 하늘과 동류同類가 됩니다. 하늘과 동류가 된 자는 천자天子나 자기가 모두 하늘이 낸 자식임을 알거늘, 자기 말을 사람들이 찬동하든 말든 문제 삼겠습니까? 이와 같다면, 사람들은 그를 일러 동심을 잃지 않았다고 할 테니, 이를 일러 하늘과 동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然則我內直而外曲,成而上比。內直者,與天為徒。與天為徒者,知天子之與己皆天之所子,而獨以己言蘄乎而人善之,蘄乎而人不善之邪?若然者,人謂之童子,是之謂與天為徒。
*天 ... 하늘, 자연. *所子 ... 양육한 자녀
9. “겉으로 굽신거리는 사람은 세상 사람과 동류가 됩니다. 손에 홀笏을 쥐고 무릎을 굽혀 절을 올리는 것, 이것이 신하된 자의 예절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데, 제가 감히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하면 사람들이 헐뜯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세상 사람과 동류가 되는 것입니다.
제 주관을 말하면서 옛날 현인과 빗대면서 그들과 동류가 되는 것입니다. 그 말로써 가르치고 꾸짖는 것이 진정한 뜻입니다. 이런 일은 옛적에도 있었으니, 제가 처음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비록 직언을 올리더라도 해침을 당할 리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옛날의 현인과 동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습니까?”
外曲者,與人之為徒也。擎、跽、曲拳,人臣之禮也,人皆為之,吾敢不為邪!為人之所為者,人亦无疵焉,是之謂與人為徒。成而上比者,與古為徒。其言雖教,讁之實也。古之有也,非吾有也。若然者,雖直不為病,是之謂與古為徒。若是,則可乎?」
*擎 ... 올리다. *跽 ... 무릎을 꿇다, 長跪하다.
*疵 ... 비방하다, 헐뜯다. *讁 ... ‘謫’의 이체자, 질책하다.
10. 공자가 대답했다.
“안 되지, 그런다고 어찌 되겠는가? 바로잡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본받아야 할 것도 부당할 수 있다. 고루하더라도 벌을 받지는 않데 어떻게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 너는 네 주관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구나.”
仲尼曰:「惡!惡可?大多政,法而不諜,雖固,亦无罪。雖然,止是耳矣,夫胡可以及化!猶師心者也。」
*大 ... 太. *政 ... 正, 바로잡다, 고치다. *諜 ... 當.
*固 ... 고루하다. *胡 ... 어떻게, 어찌.
*師 ... 스승으로 삼다.
참 준비...심재心齋
11. 안회가 말했다.
“저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부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공자가 대답했다.
“내가 네가 말하노니, 재齋하여라! 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서 한다면, 그게 쉽겠느냐? 그게 쉽다면 저 광대한 하늘이 마땅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집안이 가난하여 술을 마시지 못하고 양념한 음식도 먹지 못한 지 여러 달입니다. 이렇다면 ‘재齋’했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런 것은 ‘제사 때의 재齋’이지, ‘심재心齋’가 아니다.”
顏回曰:「吾无以進矣,敢問其方。」仲尼曰:「齋,吾將語若!有而為之,其易邪?易之者,皞天不宜。」顏回曰:「回之家貧,唯不飲酒、不茹葷者數月矣。若此,則可以為齋乎?」曰:「是祭祀之齋,非心齋也。」
*方 ... 방법 *齋 ... 재계하다. 제사 올리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일,
*皞 ... 광대하다.
*茹 ... 먹다, 마시다. *葷 ... 파나 마늘 따위의 채소
12. 안회가 다시 물었다.
“부디 ‘심재心齋’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공자가 대답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나아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의 기능은 단지 소리를 듣는 데 있고, 마음의 기능은 단지 외계의 사물과 교합하는 데 있을 뿐이지만, 기는 텅 비어서 온갖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 도道는 오로지 빈 곳에 모이나니, 비우는 것이 바로 ‘심재心齋’이니라.”
回曰:「敢問心齋。」仲尼曰:「若一志,无聽之以耳而聽之以心,无聽之以心而聽之以氣。聽止於耳,心止於符。氣也者,虛而待物者也。唯道集虛。虛者,心齋也。」
*一 ... 專一, 곧 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
*氣 ... 중국 고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본원을 가리킨다.
*聽止於耳 ... 耳止於聽이 되어야 할 것이다.
*虛 ... 이곳에서는 ‘맑고 깨끗하며 넓고도 넓은 경지’를 가리킴.
다시 심재心齋
13. 안회가 말했다.
“저는 아직 ‘심재心齋’의 가르침을 받기 전에는 실제로 안회가 있었지만, ‘심재’의 가르침을 받고 나니, 안회가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일러 ‘비움[虛]’이라고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잘 이해했구나. 내가 네게 다시 말하겠다. 네가 위나라 임금이 통치하는 곳에 들어가서 노닐면서 이름 같은 것에 흔들리지 않아야 된다. 받아들이면 말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두어라. 벼슬길 찾지도 말고 세상 사람들에게 나아갈 목표도 제시하지 말아라. 생각을 잡념이 전혀 없는 상태로 모으고 자신을 ‘부득이不得已’에 기탁하라. 그러면 ‘심재心齋’에 거의 부합하니라.”
顏回曰:「回之未始得使,實自回也;得使之也,未始有回也。可謂虛乎?」夫子曰:「盡矣。吾語若!若能入遊其樊而无感其名,入則鳴,不入則止。无門无毒,一宅而寓於不得已,則幾矣。
*得使 ... ‘심재의 가르침을 받다’는 뜻임.
*自 ... 필사 과정에서 ‘有’자를 잘못 옮긴 듯.
*樊 ... 울타리. 여기서는 위나라 임금이 통치하는 범위. 명리를 추구하는 곳을 은근히 암시함.
*入 ... 간언을 받아들이다.
.幾 ... 가깝다, ‘심재’의 요구에 부합하다.
14. “걷지 않아서 자취를 남기지 않기는 쉽지만, 걸으면서 자취를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부려지면 쉽게 거짓으로 꾸밀 수 있지만, 하늘에게 부려지면 거짓으로 꾸미기가 어렵다. 날개가 있어서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날개 없이 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앎이 있어 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앎이 없이 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저 공허한 곳을 보면, 텅 빈 방에서 흰빛을 만들어 내니, 상서로움이 고요함에 머무는구나. 무릇 머물지 않는다면, 이를 일러 ‘좌치坐馳’라 하느니라.”
絕迹易,无行地難。為人使,易以偽;為天使,難以偽。聞以有翼飛者矣,未聞以无翼飛者也;聞以有知知者矣,未聞以无知知者也。瞻彼闋者,虛室生白,吉祥止止。夫且不止,是之謂坐馳。
*無行地 ... 길을 걷지만 땅을 밟지 않음. 무슨 일을 해도 흔적을 남기지 않음을 비유.
*使 ... 부리다. *僞 ... 거짓, 속이다.
*瞻 ... 보다, 바라보다. *闋 ... 공허함.
*虛室 ... 말로 다할 수 없이 자유로운 정신 세계
*止止 ... 편안하고도 고요한 경지에 머무르다.
*坐馳 ... 몸은 어느 곳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힘차게 달리다.
15. “귀와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의 지혜를 밖으로 보내면, 귀신도 찾아와서 따를 것이니, 하물며 사람에게랴! 이것이 바로 만물의 변화라는 것이다. 우禹 임금과 순舜 임금도 이것을 세상 다스리는 중심으로 삼았고, 복희伏戱와 궤거几蘧도 평생 실행했거늘, 하물며 보통 사람에게랴!”
夫徇耳目內通而外於心知,鬼神將來舍,而況人乎!是萬物之化也,禹、
舜之所紐也,伏戲、几蘧之所行終,而況散焉者乎!」
*徇 ... 使, ~하게 하다. *內通 ... 안으로 통달하다. *外 ... 배제하는 뜻으로 해석함.
*心智 ... 마음의 지혜 *紐 ...관건, 중심.
*伏戱, 几蘧 ... 전설 시대의 제왕
*散焉者 ...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
섭공자고葉公子高의 고민
16. 섭공葉公 자고子高가 사신으로 제齊 나라로 갈 때, 공자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임금께서 저 저량諸梁에게 준 임무가 참으로 큽니다. 제나라가 사신을 대하는 것이 대체로 겉으로는 대단히 정중하지만 속으로는 태만합니다. 보통 백성도 여전히 납득하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제후에게야 어떻겠습니까? 참으로 두렵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제게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말의 오감이 없이 원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명 임금의 징벌이 있을 것이고, 일이 이루어지면 분명 음양의 화가 미칠 것이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뒤탈이 없는 이는 오로지 덕을 가진 이뿐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葉公子高將使於齊,問於仲尼曰:「王使諸梁也甚重,齊之待使者,蓋將甚敬而不急。匹夫猶未可動,而況諸侯乎!吾甚慄之。子常語諸梁也,曰:『凡事若小若大,寡不道以懽成。事若不成,則必有人道之患;事若成,則必有陰陽之患。若成若不成而後無患者,唯有德者能之。』
*葉公子高 ... 楚 나라 莊王의 현손 尹成子, 이름은 저량諸梁.
*使 ... 외교 사명을 받고 외국으로 가다.
*慄 ... 겁먹다, 두려움에 떨다. *寡 ... 적다.
17. “제가 날마다 먹는 것은 거칠고 맛없는 음식입니다. 부엌에서 불 지펴 음식을 만들며 시원하게 해 달라는 이가 없습니다. 제가 아침에 임금의 명을 받고 저녁에는 얼음물을 마셨습니다. 제 속에 열이 있는가 봅니다. 일의 실상을 알기도 전에 벌써 음양의 화를 입은 모양입니다.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금의 징벌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일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둘 다 제겐 괴로움입니다. 신하된 자로서 일을 맡기에는 부족합니다. 선생님께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吾食也,執粗而不臧,爨無欲清之人。今吾朝受命而夕飲冰,我其內熱與!吾未至乎事之情,而既有陰陽之患矣;事若不成,必有人道之患。是兩也,為人臣者不足以任之,子其有以語我來!」
*㸑 ... 밥을 짓다, 음식을 조리하다.
*情 ... 진실, 실상.
*任 ... 일을 맡다, 담당하다.
공자의 도움말
18. 공자가 말했다.
“세상에는 크게 지켜야 할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천명天命이요, 다른 하나는 도의道義이다. 자녀가 부모를 존경하며 섬기는 것은 천명이기에 마음으로 해석할 수 없다. 신하가 임금을 받들어 섬기는 것은 도의이기에 이 세상 어딜 가든 임금의 통치가 없는 곳이 없다. 이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하기에 이를 일러 ‘크게 지켜야 할 것[大戒]’라고 한다. 그러기에 양친을 모시는 이는 어떤 경우에도 부모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孝의 지극함이다. 또 임금을 모시는 이는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임금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충忠의 극치이다. 자기 마음을 스스로 섬기는 이는 슬픔과 기쁨이 눈앞에 엇갈려 나타나도 흔들리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며 천명으로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이 덕德의 최고 경지이다. 남의 신하나 자식된 자는 본래 부득이한 면이 있으니, 일을 하면서 실정에 맞게 행하되 자신을 잊어야 한다. 어느 겨를에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하겠는가! 너는 이제 가면 되겠네.”
仲尼曰:「天下有大戒二:其一,命也;其一,義也。子之愛親,命也,不可解於心;臣之事君,義也,無適而非君也,無所逃於天地之間。是之謂大戒。是以夫事其親者,不擇地而安之,孝之至也;夫事其君者,不擇事而安之,忠之盛也;自事其心者,哀樂不易施乎前,知其不可奈何而安之若命,德之至也。為人臣子者,固有所不得已,行事之情而忘其身,何暇至於悅生而惡死!夫子其行可矣!
*盛 ... 정점, 극점
*自事其心 ... 자신의 마음을 모시다. 자신의 도덕적 수양을 힘써 배양하다.
*施 ... 움직이다. 영향을 주다.
19. “내가 들은 것을 말해주고 싶네. 무릇 가까운 나라와 사귈 때는 반드시 믿음으로써 대하고, 먼 나라와 사귈 때는 말로써 진심을 표해야 한다. 말이란 어떤 이가 반드시 전해야 한다. 양쪽이 다 좋아하는 말이나 양쪽이 다 분노하는 말을 전하기란 천하에 어려운 일이다. 양쪽이 다 좋아하는 말은 과찬하는 말을 더 얹고,
양쪽이 다 분노하는 말은 지나친 증오의 말을 더 얹는다. 더 얹는 말은 허구이고, 허구의 말은 믿는 이가 없으며, 믿는 이가 없으면 말을 전한 사람이 화를 입는다. 그러기에 격언에 이르기를 ‘실상을 그대로 전하고 더 얹는 말을 전하지 않으면 거의 안전할 수 있느니라’고 했다.”
丘請復以所聞:凡交,近則必相靡以信,遠則必忠之以言,言必或傳之。夫傳兩喜兩怒之言,天下之難者也。夫兩喜必多溢美之言,兩怒必多溢惡之言。凡溢之類妄,妄則其信之也莫,莫則傳言者殃。故法言曰:『傳其常情,無傳其溢言,則幾乎全。』
*忠之以言 ...충실한 언어로 서로 사귀다.
*兩喜兩怒之言 ... 양쪽 나라 임금이 좋아하거나 분노할 말.
*溢 ... 滿, ‘溢美之言’ ... 지나치게 과찬하는 말. ‘溢惡之言’과 짝을 이루는 구절.
*法言 ... 고대의 격언.
*全 ... 보전하다.
20. “게다가 재주를 겨루는 이들은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시작했다가 끝내는 언제나 음험한 책략으로 끝내나니, 그것이 지극함에 이르면 기묘한 일이 많아지네. 예를 갖추며 술을 마시던 이들도 나중에는 언제나 난장판으로 끝낸다. 그것이 지극함에 이르면 기묘한 쾌락이 많아지네. 만사가 다 그러하지. 처음에는 서로 신뢰하며 만났다가 나중에는 언제나 속이며 끝나지. 시작은 간단하지만 끝날 때면 아주 커져 버리네.”
且以巧鬪力者,始乎陽,常卒乎陰,大至則多奇巧;以禮飲酒者,始乎治,常卒乎亂,大至則多奇樂。凡事亦然。始乎諒,常卒乎鄙;其作始也簡,其將畢也必巨。
*鬪力 ... 서로 힘을 겨루다. *陽 ... 공개적으로 다투다. *卒 ... 마치다.
*陰 ... 남몰래(암암리에) 계략을 쓰다.
*大至 ... 지극한 정도에 이르다. *奇巧 ... 음모를 꾸미다.
*治 ... 상식적인 도리에 맞다. *諒 ... 서로 신임하다. *鄙 ... 속이다.
21. “말이란 바람이나 물결과 같아서 말을 전달하는 데는 얻음과 잃음이 있네. 바람이나 물결은 출렁이기 쉽고, 얻음과 잃음이 있으면 위험에 빠지기 쉽지. 그러기에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간사한 말과 한쪽으로 치우친 언사 때문이네. 짐승은 죽으면서 소리를 가리지 않고 숨결이 거칠어지지. 이리하여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이 함께 생겨나네.”
夫言者,風波也;行者,實喪也。風波易以動,實喪易以危。故忿設無由,巧言偏辭。獸死不擇音,氣息茀然,於是並生心厲。
*實喪 ... 득실. 말을 전하여 옮기는 데는 얻음과 잃음이 있게 마련이라는 뜻임.
*茀 ... “勃‘과 통용. *茀然 ... 숨결이 가쁜 모습.
*厲 ... 모질다. *心厲 ...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나쁜 마음을 가리킨다.
22. “질책이 너무 지나치면 반드시 좋지 못한 마음으로 반응하네. 그러면서도 그런 것을 알지 못하지. 만약 어떤 일을 하고도 어찌된 일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가 어떤 끝장에 이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기에 격언에 이르기를 ‘군주의 명령을 제멋대로 바꾸지 말고, 빨리 이루려고 하지 말라’고 했느니라. 도를 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기 때문일세. 명령을 제멋대로 바꾸거나 빨리 이루려고 애쓰는 것은 일을 망치게 되네. 훌륭한 일은 이루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훌륭하지 못한 일은 이루어지고 나서 후회하며 고치려고 해도 때는 늦을 테니,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객관적인 사물에 순응하여 뜻 가는 대로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게. 부득이한 일은 모두 맡겨두고 정신과 지혜를 기르는 데 전념하게. 이것이 제일일세. 어디 신경을 써서 보고할 게 있는가! 임금께서 내린 사명을 사실대로 전달할 뿐. 이러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剋核大至,則必有不肖之心應之,而不知其然也。苟為不知其然也,孰知其所終!故法言曰:『無遷令,無勸成。』過度,益也。遷令、勸成殆事,美成在久,惡成不及改,可不慎與!且夫乘物以遊心,託不得已以養中,至矣。何作為報也!莫若為致命。此其難者。」
*剋核 ... 통렬히 책망하다.
*遷 ... 변하다, 바꾸다. *殆 ... 위험하다. *殆事 ... 훌륭하지 못한 일.
*乘物 ... 객관적인 사물에 순응하다.
*中 ... 神智, 곧 정신과 지혜
*命 ... 天命, 곧 自然으로 보는 이도 있음.
거백옥蘧伯玉의 충고
23. 안합顔闔이 위衛 나라 영공靈公의 태자의 사부가 되어 떠날 때, 거백옥蘧伯玉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여기 한 사람이 있는데 나면서부터 덕이 참으로 모자랍니다. 이 사람과 온종일 함께하면서 그냥 두면 법도에 맞지 않기에 나라가 위태롭고, 법도에 맞게 하면 제가 위태롭습니다. 이 사람의 지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아볼 수는 있지만 잘못의 까닭을 알아낼 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顏闔將傅衛靈公大子,而問於蘧伯玉曰:「有人於此,其德天殺。與之為無方,則危吾國;與之為有方,則危吾身。其知適足以知人之過,而不知其所以過。若然者,吾奈之何?」
*安闔 ... 魯 나라의 현인. *傅衛靈公大子 ... 위나라 영공의 태자의 사부가 되다.
*大子 ... 太子
*蘧伯玉 ... 위나라의 賢大夫, 이름은 瑗, 자는 伯玉.
*天殺 ... 선천적으로 흉악하고 죽이기를 즐기다.
*與之 ... 밤낮으로 함께 지내다. *方 ... 법도, 규법.
*其知 ... 그의 지혜
24. 거백옥이 대답했다.
“훌륭한 물음이외다. 경계하면서도 신중해야 하오. 먼저 그대 몸을 단정히 하시오. 겉으로는 따르는 듯이 보이고, 속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게 제일이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위험이 있느니, 따르더라도 빠져들지 말고, 조화를 이루더라도 드러내진 마시오. 겉으로 따르다가 빠져들면 뒤집히고 파멸하고 무너지고 넘어지오. 속으로 조화를 이루려다 겉으로 드러나면 사람들에게 소리를 듣고 명성이 나빠지고 요상한 일이나 좋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되오.
그 사람이 어린아이가 되거든 그대도 그와 더불어 어린아이가 되고,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든 그대도 그와 더불어 어긋나는 행동을 하시오. 또 그 사람이 엉터리로 굴거든 그대도 그와 더불어 엉터리로 굴면 되오. 이렇게 하여 그 사람을 점점 정도로 이끌면 잘못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소.”
蘧伯玉曰:「善哉問乎!戒之慎之,正汝身也哉!形莫若就,心莫若和。雖然,之二者有患。就不欲入,和不欲出。形就而入,且為顛為滅,為崩為蹶。心和而出,且為聲為名,為妖為孽。彼且為嬰兒,亦與之為嬰兒;彼且為無町畦,亦與之為無町畦;彼且為無崖,亦與之為無崖。達之,入於無疵。
*形 ... 겉모습. 다음 구절의 ‘心’과 짝을 이룸. *就 ... 접근하다, 가까이 다가서다.
*之 ... 이 *顚 ... 넘어지다, 쓰러지다, 엎어지다
*孽 ... 재해,
*町, 畦 ... 한계, 경계 *疵 ... 행동에서의 잘못.
비유로 든 세 가지 충고
25. “그대는 저 사마귀란 놈을 아시오? 팔뚝을 치켜들고 달려오는 수레바퀴에 맞서면서 자기 힘으로는 능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니, 이는 자기 재능이 높고 힘이 대단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오. 경계하면서도 신중해야 하오. 오랫동안 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자랑했는데, 그대가 이런 그를 거스르면 위험하오.”
汝不知夫螳蜋乎?怒其臂以當車轍,不知其不勝任也,是其才之美者也。戒之慎之!積伐而美者以犯之,幾矣。
*怒 ... 기운을 내어 힘차게 일어서다. *當 ... 저지하다, 가로막다.
*轍 ... 수레바퀴가 지나간 뒤 남겨진 자국. ‘車轍’은 수레바퀴, 차바퀴.
*是其才之美 ... 재능이 매우 높다고 교만하게 굴다.
*積 ... 오랫동안 그침이 없이. *伐 ... 자랑하다, 으스대다. *而 ... 너.
*幾 ... 위험하다.
26. “그대는 저 호랑이 키우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아시오? 감히 먹이를 산 채로 주지 않소. 먹이를 죽일 때 생기는 노여운 기운을 염려하기 때문이오. 또 감히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소. 먹이를 찢을 때 생기는 노여운 기운을 염려하기 때문이오.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를 잘 알아서 노여운 마음을 눅일 줄 아오. 호랑이가 사람과는 동류가 아니지만 자기를 기르는 이에게 고분고분한 것은 호랑이를 기르는 이가 호랑이의 타고난 본성을 잘 맞추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호랑이에게 살해된 이는 호랑이의 타고난 본성을 거슬렀기 때문이오.”
汝不知夫養虎者乎?不敢以生物與之,為其殺之之怒也;不敢以全物與之,為其決之之怒也。時其飢飽,達其怒心。虎之與人異類而媚養己者,順也;故其殺者,逆也。
*生物 ... 살아 있는 먹이. *決 ... 찢다.
*達 ... 잘 알다, 이해하다. > ‘눅이다’로 옮김. *媚 ... 아첨하다. >‘고분고분하다’로 옮김.
*逆 ... 위반하다, 거스르다.
27.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소. 이 사람은 대나무로 결어 만든 광주리에 말똥을 받았소. 또 큰 조개 껍질로 말 오줌을 받았소. 때마침 모기란 놈이 말잔등에 붙자 갑자기 손으로 내려쳤소. (놀란 말이) 재갈을 벗고 (날뛰며) 이 사람의 머리를 깨뜨리고 가슴을 들이받았소. 말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지극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잘못되었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소!”
夫愛馬者,以筐盛矢,以蜄盛溺。適有蚉虻僕緣,而拊之不時,則缺銜、毀首、碎胸。意有所至,而愛有所亡,可不慎邪!」
*矢 ... 똥. *蜄 ... 대합조개. 이 글에서는 대합조개 껍질. *溺 ... 오줌.
*僕緣 ... 달라붙다. *拊 ... 때리다. 치다.
*亡 ... 잃다
*意有所至 ... 마음은 말을 사랑하는 데 있다.>愛有所亡 ... 사랑하는 방법을 잃다.
>>>(결과가) 바라는 바와 정반대가 되다.
장석匠石과 사당에 있는 나무
28. 장인 석石이 제齊 나라로 가는 길에 곡원曲轅에 이르러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의 상수리나무를 보았다. 이 나무의 크기는 소 몇 천 마리를 그늘로 가릴 만했고,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고, 높이는 여든 자나 우뚝 솟구친 뒤에 가지가 있었으니, 배를 만들 수 있는 가지가 열 개 남짓이었다. 이를 구경하는 이들이 저잣거리처럼 붐볐으나 장인 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 버렸다.
匠石之齊,至乎曲轅,見櫟社樹。其大蔽數千牛,絜之百圍,其高臨山十仞而後有枝,其可以為舟者旁十數。觀者如市,匠伯不顧,遂行不輟。
*匠石 ... ‘石’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인. *之 ... 가다.
*櫟 ... 상수리나무. *社 ... 토지신. *絜 ... 새끼줄로 둘레를 재다.
*匠伯 ... 장석을 가리킴. 이 글에서는 장인 가운데 우두머리.
*輟 ... 그치다, 멈추다.
29. 제자가 이 모습을 한참 보다가 장석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물었다.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랐지만 이처럼 멋진 재목감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보시려고도 하지 않고 발길조차 멈추지 않으시니, 어인 일이십니까?”
장석이 대답했다.
“됐네, 더 이상 말하지 말게! 쓸모없는 나무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곽을 짜면 곧장 썩어버리고, 그릇을 만들면 쉬 부서지고, 문을 짜면 진물이 흐르고, 기둥을 만들어 세우면 좀이 스네. 재목이 안 될 나무이기에 쓸 데가 없네. 그래서 저렇게 오래 살 수 있었지.”
弟子厭觀之,走及匠石,曰:「自吾執斧斤以隨夫子,未嘗見材如此其美也。先生不肯視,行不輟,何邪?」曰:「已矣,勿言之矣!散木也,以為舟則沈,以為棺槨則速腐,以為器則速毀,以為門戶則液樠,以為柱則蠹。是不材之木也,無所可用,故能若是之壽。」
*厭 ... 만족하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饜’으로 대체됨. ‘厭觀’은 ‘한참을 보다, 실컷 보다’
*已 ... 그치다. *已矣 ... 됐다. 현대 중국어에서 ‘算了’와 같음.
*算木 ... 재목이 되지 못하는 나무.
*蠹 ... 좀. *若是之壽 ... 이처럼 장수하다.
30. 장인 석이 집에 돌아오자, 사당의 상수리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그대는 나를 무엇에 견주려는가? 그대는 나를 저 좋다는 나무에 견주려는가? 아가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유자나무 따위 나무 열매나 풀열매 등은 과실이 익으면 맞아서 땅에 떨어지고, 과실이 떨어진 뒤에는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어지네. 이들은 자기 (열매를 맺는) 재능 때문에 자기 삶을 괴롭게 만들었지. 그래서 하늘이 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도중에 요절하니, 스스로 세상살이의 고초를 불러들인 셈이지. 모든 것이 이와 같지 않은 게 없네.”
匠石歸,櫟社見夢曰:「女將惡乎比予哉?若將比予於文木邪?夫柤、梨、橘、柚、果、蓏之屬,實熟則剝,剝則辱,大枝折,小枝泄。此以其能苦其生者也,故不終其天年而中道夭,自掊擊於世俗者也。物莫不若是。
*比 ... 비교하다, 견주다. *比予 ... 나와 견주어 논하다.
*文 ... 紋, 무늬, 결. *文木 ... 쓸 만한 나무,
*柤 ... 아가위나무, 산사나무. *實 ... 과실.
*以 ... ‘因’ *掊 ... 때리다.
31. “게다가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쓸모 없기를 바랐지. 몇 번이나 도끼에 찍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오늘에서야 그렇게 되었으니, 그것이 나의 큰 쓸모가 된 셈이지. 만일 내가 참으로 쓸모 있었더라면 이렇게 클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대나 나나 모두 ‘물物’이거늘, 어찌하여 그대는 상대방만 ‘물物’로 보는가? 그대는 거의 죽을 때가 다 된 쓸모없는 사람이면서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입에 올린단 말인가!”
且予求無所可用久矣,幾死,乃今得之,為予大用。使予也而有用,且得有此大也邪?且也,若與予也皆物也,奈何哉其相物也?而幾死之散人,又惡知散木!」
*相 ... 대하다, 다루다, 취급하다.
*散人 ... 재목감이 되지 못하는 사람. 이 글에서는 ‘散木’과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쓰임.
32. 장석이 잠에서 깨어나 꿈 이야기를 하자 제자가 이렇게 물었다.
“쓸모없기를 바랐다면, 왜 사당의 나무가 되었을까요?”
“쉿! 입 다물게! 그 나무는 그저 사당에 의지했을 뿐이네. 그런데도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 사당의 나무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채되었겠지. 더군다나 저 나무가 자기를 보전하는 방법은 남보다 뛰어나나니, 상식적인 이치로 이해하려 한다면, 너무 멀리 나간 게 아닐까!”
匠石覺而診其夢。弟子曰:「趣取無用,則為社何邪?」曰:「密!若無言!彼亦直寄焉,以為不知己者詬厲也。不為社者,且幾有翦乎!且也,彼其所保,與眾異,以義譽之,不亦遠乎!」
*診 ... 고하다, 알리다.
*密 ... 말이 없다, 잠잠하다. ‘입 다물게, 조용하게, 함부로 말 말게’로 옮기면 될 듯.
*直 ... 단지, 다만. *詬厲 ... 욕설을 퍼붓다.
*翦 ... 벌목하다. *義 ... 상식적인 이치. *譽 ... 이해하다.
거목巨木과 신인神人
33. 남백자기南伯子綦가 상구商丘라는 곳에 놀러갔다가 엄청나게 큰 나무를 보았다. 네 마리 말이 끄는 큰 수레 천 대를 매어 두어도 큰 나무 그늘에 가려질 만했다. 자기가 이렇게 말했다.
“이게 무슨 나무일까? 분명 특별한 쓸모가 있을진저!”
고개를 들어 잔가지를 보니 구불구불하여 마룻대나 들보로도 쓸 수 없겠고, 고개 숙여 굵은 둥치를 보니 속에서부터 표피까지 풀리고 갈라져서 널 감도 되지 않았다. 그 잎을 핥아보니 입이 부르트며 상처가 났다. 또 냄새를 맡았더니 미칠 지경으로 취하여 사흘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할 지경이었다. 자기가 말했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나무이기에 이렇게 크게 자랐군. 아, 신인神人도 이렇게 아무짝에 쓸모없는 나무와 같으니!”
南伯子綦遊乎商之丘,見大木焉有異,結駟千乘,隱將芘其所藾。子綦曰:「此何木也哉?此必有異材夫!」仰而視其細枝,則拳曲而不可以為棟梁;俯而見其大根,則軸解而不可為棺槨;咶其葉,則口爛而為傷;嗅之,則使人狂酲三日而不已。子綦曰:「此果不材之木也,以至於此其大也。嗟乎!神人以此不材!」
*南伯子綦 ... 장자 우언 속의 인물
*駟 ... 수레 한 채를 끄는 네 필의 말, 또는 그 마차.
*笓 ... ‘庇’
*拳曲 ... 구불구불한 모습.
*軸 ... 木心을 가리킴. *解 ... 갈라지다. *軸解 ... 목심에서부터 바깥쪽으로 갈라지다.
*咶 ... 핥다. ‘舐’와 같은 뜻으로 쓰임.
*已 ... 끝나다, 그치다.
*嗟乎 ... 감탄사.
*以 ... ‘如’, 같다. 뒷날 ‘似’로 바뀌어 쓰이게 됨.
나무의 재난 + 점박이 소의 행복
송宋 나라 형씨荊氏라는 지방은 가래나무, 측백나무, 뽕나무가 잘 자라는 곳이다. 굵기가 한 움큼 넘게 자란 놈은 원숭이 매어 둘 말뚝을 만드는 이가 베어 가고, 서너 아름되는 놈은 지위 높고 권세 있는 집안의 집 짓는 데 마룻대 감으로 베어 가고, 일고여덟 아름되는 놈은 귀족이나 거상들이 널 감으로 베어 가기에 제 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도끼에 찍혀 요절하나니, 이것이 쓸모 있는 재목이 당하는 재난이다. 이 때문에 이마에 흰 점이 박힌 소, 하늘 향해 젖혀진 코를 가진 돼지, 치질 앓는 이는 제물로 황하에 바치지 아니한다. 이것은 무축巫祝들도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기에 신인은 오히려 이를 크게 상서로운 것으로 여긴다.
宋有荊氏者,宜楸、柏、桑。其拱把而上者,求狙猴之杙者斬之;三圍四圍,求高名之麗者斬之;七圍八圍,貴人富商之家求樿傍者斬之。故未終其天年,而中道已夭於斧斤,此材之患也。故解之以牛之白顙者,與豚之亢鼻者,與人有痔病者,不可以適河。此皆巫祝以知之矣,所以為不祥也,此乃神人之所以為大祥也。
*荊氏 ... 지명. *杙 ... 자그마한 말뚝. *斬 ... 나무를 베다, 벌채하다.
*高名 ... 지위가 높고 명성이 자자한 집안.
*適 ... 물속으로 가라앉혀 신에게 제사 지내다.
*以爲 ... ~라고 여기다.
곱추 지리소支離疏의 특권
35. 지리소支離疏는 턱이 배꼽에 닿고, 두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상투가 하늘을 가리키고, 내장이 위로 올라갔고, 양쪽 넓적다리가 옆구리에 닿아 있다. 이런 그가 바느질을 하고 빨래를 하면 먹을 것은 충분히 벌고, 키질하며 쌀을 까불면 열 식구를 넉넉히 먹여 살릴 수 있다. 나라에서 병사를 징집할 때, 지리소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사람들 사이를 오갔으며, 나라에서 큰 역사가 있어도 몸이 성치 않았기에 노역을 면했다. 나라에서 병자들에게 배급을 줄 때면 3종鍾의 곡식과 열 묶음의 장작을 받았다. 무릇 형체가 온전치 못한 곱추도 제 몸을 보존하여 천수를 누리는데, 하물며 그 덕이 곱추인 이는 어떠하랴!
支離疏者,頤隱於臍,肩高於頂,會撮指天,五管在上,兩髀為脅。挫鍼治繲,足以餬口;鼓筴播精,足以食十人。上徵武士,則支離攘臂而遊於其間;上有大役,則支離以有常疾不受功;上與病者粟,則受三鐘與十束薪。夫支離其形者,猶足以養其身,終其天年,又況支離其德者乎!」
*支離疏 ... 감정이나 사상 따위를 표현하기 위하여 가탁한 인물.
‘支離’는 형체가 온전치 못하다는 의미를 은연 중 내포하고 있으며, ‘疏’는 지혜가 사라졌다는 의미를 은연 중 내포하고 있다.
*頤 ... 턱. *臍 ... 배꼽 *會撮 ... 상투
*髀 ... 대퇴골, 이 글에서는 넓적다리를 가리킴.
*挫鍼 ... 옷을 꿰매다. *繲 ... 옷을 빨다.
*上 ... 나라님, 통치자.
*以 ... 因 *功 ... ‘工’, 노역을 가리킴.
*鍾 ... 곡식의 양을 헤아리던 단위.
광인 접여接輿
36. 공자가 초楚 나라에 갔을 때,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接輿가 그의 숙소 앞을 오가며 노래 불렀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하여 덕이 쇠했을꼬!
오는 세상 기대할 수 없고,
지난 세상 돌이킬 수 없네.
천하에 도道가 있으면,
성인이 일을 이루지만,
천하에 도道가 없으면,
성인이 그럭저럭 살아갈 뿐.
바야흐로 지금 천하는
겨우 형벌을 면하는구나.
복은 깃털보다 가벼우나,
그것을 담을 줄 모르고,
재앙은 땅보다 무거우나,
피할 줄 모르는구나.
두어라, 그만두어라,
덕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
위태롭고도 위태롭도다,
땅에 금 긋고
그 안에서 종종걸음.
가시나무여 가시나무여,
내 가는 길 막지 마오.
내 가는 길 구불구불
내 발을 상하게 마오.
산의 나무는 스스로를 베어내고,
등불은 스스로를 태우는구나.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잘리는구나.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아도,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는 모르는구나.
孔子適楚,楚狂接輿遊其門曰:「鳳兮鳳兮,何如德之衰也!來世不可待,往世不可追也。天下有道,聖人成焉;天下無道,聖人生焉。方今之時,僅免刑焉。福輕乎羽,莫之知載;禍重乎地,莫之知避。已乎已乎,臨人以德!殆乎殆乎,畫地而趨!迷陽迷陽,無傷吾行!吾行卻曲,無傷吾足!」
山木自寇也,膏火自煎也。桂可食,故伐之;漆可用,故割之。人皆知有用之用,而莫知無用之用也。
*適 ... 가다, 이르다.
*接輿 ... 초나라의 은사. 성은 陸, 이름은 通, 자는 接輿.
*鳳 ... 봉황, 이 문장에서는 공자를 비유하여 사용하고 있다.
*何如 ... 어떻게, 어찌. *之 ... 가다. ‘어떻게 큰 덕을 가슴에 품고서 이렇게 쇠락하여 어지 러운 나라에 왔는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成 ... 일을 성취하다.
*乎 ... ~보다, ~비하여
*已矣 ... 됐다, 충분하다, 그만두다.
*畵地 ... 땅 위에 금을 그어 길을 표시하다. 인위적 규범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따르라고 함.
*迷陽 ... 가시나무.
*寇 ... 침범하다, 약탈하다. *自寇 ... 스스로를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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