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우공이산愚公移山

촛불횃불 2022. 9. 24. 08:25

  태항太行과 왕옥王屋, 이 두 산은 둘레만 해도 7백 리요 높이는 8천 장이라, 본래부터 기주冀州 남쪽에서 하양河陽 북쪽 사이에 있다. 이곳 북쪽 산기슭에 큰 산을 마주하여 이제 아흔 살이 다 된 우공愚公이 살았다. 높은 산이 산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기에 나들이를 하려면 큰 산을 돌아서 가야했다. 이리하여 우공은 온 가족을 불러 의논했다.

  “이제 우리가 온 힘을 다 기울여 험한 산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면 예주豫州 남쪽으로 직통하고 한수漢水 남쪽에 다다를 수 있는데, 어떤가?”

  모든 가족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찬성했는데 그의 아내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신 힘으로는 자그마한 언덕 괴보魁父도 어쩌지 못했는데, 태항산과 왕옥산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 수 있겠어요? 게다가 파낸 돌이랑 흙은 또 어떻게 처치하려고요?”

  그러자 곁에 있던 가족들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발해渤海 해변이나 은토隱土 북쪽 기슭에 버리면 됩니다.”

  이리하여 우공은 짐을 질 수 있는 아이 셋을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내어 삼태기에 담아 발해 해변으로 옮겼다. 이웃에 사는 경성京城 씨 미망인에게 이를 간 지 이제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도 통통거리며 뛰어와서 일을 도왔다. 겨울과 여름이 바뀌는 동안 한 차례 왕복할 수 있었다. 하곡河曲에 사는 지수智叟라는 사람이 웃으면서 이들을 막아섰다.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소이다. 이제 곧 세상을 떠나실 나이에 남은 힘이라고는 산의 풀 한 포기도 어쩌지 못할 터인데, 흙이랑 돌을 어쩌겠다는 건지요?”

  하지만 우공은 길게 탄식하며 이렇게 일렀다.

  “당신 생각이 얼마나 꼭 막혔는지 뚫을 수 없을 정도이구려. 과부의 어린 아들만도 못하니 말이오. 설령 내가 죽더라도 내 아들이 있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을 테고, 손자는 또 그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또 아들을 낳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고, 자자손손, 끝이 없을 터이고, 산은 더 높아질 리 없을진대, 무슨 까닭으로 평평하게 만들지 못할세라 걱정하오?”

하곡에 사는 지수는 내놓을 말이 없었다. 조사신操蛇神이 이 말을 듣고 이들이 진짜로 이 일을 중도에 그만둘세라 염려되어 하늘에 호소했다. 하늘도 이들의 정성에 감동하여 과아씨의 두 아들에게 산 하나는 삭주朔州의 동쪽에, 또 하나는 옹주雍州 남쪽에 업어다 두도록 명령했다. 이때부터 기주 남쪽에서 한수 북쪽 사이에는 막아선 자그마한 언덕 하나 없게 되었다

 

우공이산

 

  『열자列子』「탕문湯問에서 가져왔다.

  예나 이제나 사람 사는 데 앞을 가로막는 산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더 멀리 더 빨리 가려는 소망은 앞을 가로막은 산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물론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어깨를 겯고 앞으로 나아갔다. 꺾였던 의지를 다시 일으켜 세웠을 때, 길 저쪽 먼 곳에는 희망의 불빛이 반딧불처럼 반짝였다.

  우공을 막아선 산은 태항과 왕옥만이 아니었다. 그를 가장 잘 아는 부인도 넘기 힘든 산이었다. 게다가 이웃마을 지수의 비웃음도 예사로 셈하기엔 낮볼 수 없는 산이었다. 그러나 우공은 끝내 제 뜻을 이루었다. 이는 우공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다. 짐을 질 수 있는 손자 셋과 이를 간 지 얼마 안 된 이웃 아이의 참여는 미래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이다.

  어떻든 우공의 어리석음은 실상 큰 지혜이다. 어리석음 속에 감추어진 큰 지혜를 따라나선 미래 세대가 있었기에 세상은 열렸다.

  약아빠진 이가 앞장서서 이끈 역사를 본 적 있는가? 이 우화는 우공愚公이 마침내 지공智公이 된다는 깨우침을 준다, 우리에게.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붙인다. 살펴보시기 바란다.

  太行王屋二山方七百里同萬仞. 本在冀州之南河陽之北. 北山愚公者年且九十面山而居. 懲山北之塞出入之迂也聚室而謀吾與汝畢力平險指通豫南達於漢陰可乎雜然相許. 其妻獻疑曰以君之力曾不能損魁父之丘如太形王屋何且焉置土石雜曰投諸渤海之尾隱土之北.” 遂率子孫荷擔者三夫叩石墾壤箕畚運於渤海之尾. 鄰人京城氏之孀妻有遣男始齔跳往助之寒暑易節始一反焉. 河曲智叟笑山之甚矣汝之不惠以殘年餘力曾不能悔山之一毛其如土石何北山愚公長息曰汝心不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雖我之死有子存焉. 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匱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河曲智叟亡以應. 操蛇之神聞之懼其不已也告之於帝. 帝感其誠命誇蛾氏二子負二山一厝朔東一厝雍南. 自此冀之南漢之陰無隴斷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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