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난득호도難得糊塗

촛불횃불 2022. 9. 25. 07:12

총명하기 어렵고 어리석기 어렵네.

총명함에서 어리석음으로 넘어가기는 더욱 어렵네.

한 수 내려놓고 한 발자국 물러나면,

그 자리에서 마음 편안하니,

훗날의 복 보답을 바라서가 아니라네.

 

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非圖後來福報也.

 

정판교

  보고도 못 본 체해야 어른다울 때가 있다. 웬만하면 침묵이 금이다. 시청 뒷산에 올라 저 멀리 소백산 이어진 봉우리들이 이루는 느린 곡선을 바라보노라면 어른스러움은 짐짓 어리석어지기라는 믿음이 굳어진다. ‘!’, 기침 한 번이 백 마디 웅변보다 힘 있을 때도 있지 않은가. 이 경우 총명함과 어리석음의 차이는 백 지 한 장.

  위 글은 18세기 청나라 때 서화가 정판교鄭板橋의 서화작품에서 데려왔다. 총명한 자가 어리석은 체할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의 고뇌가 넘친다. 시대와 좀체 화합하지 못하기에 지식인은 고뇌할 수밖에 없고, 그러하기에 지식인은 고독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21세기에 태어났더라도 정판교는 시대와 불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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