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임금님의 비속어卑俗語

촛불횃불 2022. 9. 28. 19:40

1. 먼저 <전국책戰國策, 조책趙策>에서 한 마디 가져온다.

 "주周의 열왕烈王이 세상을 떠나자 각지의 제후들이 달여와서 조문을 했다. 그런데 유독 제齊의 위왕威王만이 늦게 도착했다. 주의 왕공 대신들이 몹시 화가 나서 사자를 보내 제의 위왕에게 따져 물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 거외다. 우리 천자께서 세상을 떠나셨는데, 우리 주 왕실의 동쪽 땅에 봉해진 당신이 때맞춰 조문하지 못했으니, 그 죄는 목을 내려야 마땅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제의 위왕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 제기럴, 종년의 새끼!'

 결국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2. 서한 때, 이야기 하나
 서한의 개국 황제 유방劉邦의 부하 진희陳豨가 갑자기 병사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 유방은 친히 병사를 이끌고 나아가 토벌 작전을 펼쳤다. 한단에 이른 유방은 부하에게 무장 하나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부하는 잽싸게 네 사람이나 데리고 유방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세 사람의 형상을 보더니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던지, 그만 목소리를 높여 그 부하를 나무랐다.
 "이런 새끼를 장수 자리에 앉힐 수 있겠어?"
*옛적에도 임금님의 입에서 나온 비속어를 예사롭게 보지는 않았던 듯하다. 말은 입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마음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돼지처럼 멍청하단 말이야!'

                                                           

 
 *요즘, 대통령의 말 한 도막이 뜨겁다. '새끼'와 '쪽', 짧은 말 한 도막에 비속어가 두 개나 담겼다. '새끼'는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고, '쪽'은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안 했으면 좋았을 말이다. 품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말'이 위쪽을 차지한다, 예나 이제나. 옛적 임금이나 오늘의 대통령은 만인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산문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2.10.01
나의 어두운 유년  (0) 2022.09.28
속임수의 한계  (0) 2022.09.27
난득호도難得糊塗  (0) 2022.09.25
사진 한 장  (0)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