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묵할 때면 넉넉함을 맛보지만 입을 열 때면 공허함을 느낀다.
(當我沈黙着的時候, 我覺得充實; 我將開口, 同時感到空虛.)
루쉰魯迅의『‘야초野草’ 제사題辭』첫 문장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사과하는 정치인을 볼 때면, 입이 하나인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들은 입이 하나뿐인데도 자기 잘못 가리는 데 온 힘을 쏟으며 현란하게 혀를 움직인다. 하나뿐인 입으로도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변죽이 죽 끓듯 한데,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느라 바쁠 텐데도 밥풀 튀기며 자기 자랑에 바쁜 게 바로 그들 아닌가. 말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덜겅 위를 달리는 빈 수레에 올라탄 것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다니고 포탄 터지는 소리 요란한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러고 보니 하나도 많은 게 입이다.
이제 눈과 귀를 두 개씩 만든 신의 뜻을 한 번쯤은 깊이 헤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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