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나의 어두운 유년

촛불횃불 2022. 9. 28. 19:48

  열 가정을 하나의 십으로, 다섯 가정을 하나의 오로 편성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이들이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하였다. 한 가정이 법을 어기면 열 가정이 연루되어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 간사하고도 흉악한 일을 보고도 고발하지 않은 자는 요참으로 다스렸다. 또 고발한 이에게는 적의 목을 벤 것과 같은 상을 내렸으며, 숨겨준 이에게는 적에게 항복한 자와 같은 벌을 내렸다

 

  사마천의사기』「상군열전商君列傳을 읽다가 이 부분에 이르면 잠시 눈을 감고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어머니는 곧게 편 집게손가락을 꼭 다문 입술 가운데에 곧게 세우면서 딱 한 마디만 했다.

  “!”

  목소리는 낮고 짧았지만 자못 위엄이 넘쳤다. 우리 형제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우리 집 안방 바람벽 뒤쪽으로 난 좁은 길로 누군가 지나는 발자국 소리가 가만히 들렸다.

  그때, 내 나이 겨우 열두 살. 어른들은 우리를 어린아이로 보았지만 나는 이들의 짐작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날, 세 사람이 함께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 투표하기를 획책한 이들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의 우두머리가 되어 지정된 이에게 기표하도록 책임을 짊어진 어머니가 겪고 있을 심적 고통까지도 헤아릴 수 있었다. , 이승만 대통령이 획책한 3.15부정선거, 그리고 나의 어두운 유년.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令民爲什伍, 而相牧司連坐. 不告奸者腰斬, 告奸者與斬敵首同賞, 匿奸者與降敵同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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