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 나라에 사는 정 아무개는 집 안에 우물이 없어서 언제나 사람 하나를 두어 밖으로 나가서 물을 떠와야 했다. 그는 집 안에 우물을 파고서야 동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물을 파서 사람 하나 얻게 되었소."
이 말을 들은 이가 다른 사람 귀에 이렇게 전했다.
"정 아무개가 우물을 파다가 사람 하나를 얻었대."
송나라 사람들이 이 일을 두고 수군거렸다. 결국 나라님도 이 말을 듣고 사람을 정 아무개 집으로 보내 사실을 알아보았다. 정 아무개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제 말은 우물을 파고 나니 밖으로 나가서 오로지 물만 길어 오던 사람에게 집안일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지, 우물 안에서 사람을 파냈다는 말이 아닙니다."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기 불과 몇 년 전에 여불위呂不韋가 자신의 문객들과 함께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 '신행론愼行論-찰전察傳' 가운데 한 부분이다.
꼭 해야 될 말은 몇 번이고 거듭 생각한 뒤에 내놓아야 한다. 말이 말을 만들고, 만들어진 말은 날개 달고 나들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듣고 옮기는 이도 말하는 이의 뜻을 깊이 헤아려 판단한 뒤 입을 열어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는 연쇄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참이 거짓되고 거짓도 참이 되어 온 세상이 낭패에 빠질 수 있다. 사람 지난 텅 빈 공간에도 근거 없는 소문이 도깨비처럼 어슬렁거리면 이 곧 큰일이다. 나중에는 나라님까지 나서서 진상 밝히는 수고를 해야 한다.
남의 말 그대로 따라하며 가벼이 행동해도 안 될 일이지만, 남의 말을 듣고 제 멋대로 덧붙이고 과장하여 전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삼가고 삼갈 일 하도 많지만, 그 가운데 으뜸은 역시 '말'이다. 아, 그래서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이렇게 경계하면서도 말로써 말 많아도 말 말 수도 없는 일, 귀는 활짝 열어놓고 입은 꼭 필요할 때만 열 수밖에. 귀는 두 개, 그러나 입은 하나만 만든 조물주의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할 일.
그런데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 삼가고 조심하라며 잇몸에 이빨에 입술에 몇 겹 둑을 쌓았는데도 기어코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인간이다. 아, 요즘엔 마스크가 한 겹 더 막아섰는데도 입은 요망이다. 그래도 하나여서 다행이다. 귀처럼 입도 둘 주었으면 어쩔 뻔 했나, 생각하면 아찔하다. 귀 하나 입 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참, 맨 앞 단락에 인용한 <여씨춘추> '신행론-찰전' 중 한 부분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한문 공부에 뜻있는 이는 한번 번역해 보시라.
宋之丁氏, 家無井而出溉汲, 常一人居外. 及其家穿井,告人曰:“吾穿井得一人.” 有聞而傳之者曰:“丁氏穿井得一人.” 國人道之,聞之於宋君. 宋君令人問之於丁氏,丁氏對曰:“得一人之使,非得一人於井中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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