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1. 첫째 마당 - 耳

난쟁이의 풍간諷諫

촛불횃불 2021. 9. 6. 18:41

 위衛 나라 영공靈公 때 미자하彌子瑕가 임금의 총애와 신임을 받으며 나라를 오로지했다. 어느 날, 어떤 난쟁이가 영공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꿈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영공이 물었다.

 "무슨 꿈을 꾸었소?

 난쟁이가 대답했다.

 "아궁이를 보았는데, 결국 임금님을 뵙는군요."

 이 말에 영공이 화를 내며 소리 높였다.

 "임금을 뵈려면 꿈에 태양을 본다는데, 어찌 꿈에 아궁이를 보고 과인을 만나려 한단 말이오?"

 난쟁이가 임금의 말에 대답하여 입을 열었다.

 "태양이 온 세상을 두루 비춘다면 물건 하나가 이를 막아설 수 없습니다. 임금님께서 이 나라 모든 사람을 두루 비춘다면 어느 한 사람이 임금님을 막아설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임금님을 만나려는 자는 꿈에 태양을 보는 것입니다. 만약 아궁이를 한 사람이 막아서며 불을 쬔다면 뒤편에 있는 이는 불빛조차 볼 수 없습니다. 지금 혹여나 어떤 이가 임금님의 찬란한 빛을 막아서지는 않았는지요? 설령 신이 꿈에 아궁이를 보았을지라도 이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위 나라 영공

 <한비자韓非子> '내저설상內儲說上'에서 데려왔다. 미자하는 위나라 영공의 남총男寵으로서 젊은 시절 군주의 굄을 독차지했다. 법과 도덕을 어긴 미자하의 행동도 영공의 눈에는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그 시절, 난쟁이는 노예나 마찬가지였다. 몸집이 특별히 자그마한 이들은 귀족들의 노리개로서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즐거움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에는 예술에 뛰어난 재질을 발휘하는 이들은 물론 풍유諷喩의 명수도 있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난쟁이가 바로 풍유의 명수였던 모양이다.

 난쟁이가 겉으로는 지난 밤 꾼 제 꿈을 해몽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도리를 따지며 임금의 불편부당함을 깨우치고 있다. 군주의 말 한 마디가 그대로 법이었던 시절, 아무리 완곡한 표현이라지만 풍간 한 마디로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는 상황을 난쟁이가 몰랐을 리 없다. 직간으로 역린逆鱗을 건드렸다가 목을 내려놓은 이가 역사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잖은가! 그러했기에 난쟁이는 '직간'을 버려두고 이렇게 '풍간'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한비자

 나는 난쟁이가 아니라며 어깨 으스대는 무리들이 군주 곁에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권력의 조각을 붙안고 부귀와 영화의 달콤함에 젖은 자는 난쟁이보다 더 난쟁이다. 제 한 목숨보다 정의를 더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섰던 난쟁이의 목소리가 한층 더 우렁차고 당당하다. 이때, 이 난쟁이는 이미 난쟁이가 아니다. 큰 권력을 오로지했던 미자하는 말할 것도 없지만, 미자하의 빛에 가려진 위 영공이 외려 난쟁이다. 

 세상을 향해 두루 귀를 열면 밝아지고 한쪽을 향해 귀를 열면 어두워진다. 난쟁이의 해몽은 권력을 손에 쥔 자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이런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 군주의 끝장은 어디일까?

 귀를 닫은 군주의 끝장은 벽으로 사방이 닫힌 공간, 곧 감옥이다. 아니 죽음이다. 

 

 위 인용한 글의 원문을 여기 붙인다. 한문에 관심 있는 이는 살펴보시라. 

 

 衛靈公之時, 彌子瑕有寵, 專於衛國. 侏儒有見公者曰臣之夢踐矣.” 公曰何夢?對曰夢見竈, 爲見公也.” 公怒曰吾聞見人主者夢見日, 奚爲見寡人而夢見竈?對曰夫日兼燭天下, 一物不能當也人君兼燭一國, 一人不能擁也. 故將見人主者夢見日. 夫竈, 一人煬焉, 則後人無從見矣. 今或者一人有煬君者乎?  則臣雖夢見竈, 不亦可乎!

 

* 중국 고전 명문장은 온전히 '촛불횃불'이 번역하였으며, 이 고전 명문장[말]에 대한 '말'도 '촛불횃불'의 창작품입니다.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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