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1. 첫째 마당 - 耳

달콤한 아첨 멀리하기

촛불횃불 2021. 9. 7. 20:14

 추기鄒忌는 키가 여덟 자 남짓에 풍채가 의젓하고 용모도 준수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조복에 의관을 갖추고 거울 앞에 선 그가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 보기에 나랑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徐公이랑 누가 더 멋지오?"

 "그야 당신이 훨씬 멋지지요. 당신을 어떻게 서공과 겨눌 수 있겠어요?"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은 제齊 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는 미남자였기에 추기는 크게 자신하지 못하고 이제 그의 작은마누라에게 물었다.

 "나랑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이랑 누가 더 멋지오?"

 "당신을 어떻게 서공과 겨눌 수 있겠어요?"

 

거울을 보며 자기 모습 살피는 추기

 다음날, 어떤 손님이 집으로 찾아와 추기와 함께 앉아 한담을 주고받았다. 그때, 추기는 이 손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랑 서공이랑 누가 더 멋지오?"

 "서공은 어른에게 상대가 되지 않지요"

  그 이튿날, 서공이 추기 집을 방문했다. 추기는 그를 구석구석 살펴보더니 자신은 서공의 멋들어짐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추기는 거울을 들고 자세하게 관찰했다. 아무래도 서공보다는 훨씬 못했다. 그날 밤, 자리에 누워 곰곰 생각하던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내가 나를 멋지다는 건 나를 유달리 사랑하기 때문이고, 작은마누라가 나를 멋지다는 건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손님이 나를 멋지다는 건 나에게 뭔가 얻으려는 게 있기 때문이렷다!"

 <전국책戰國策> '제책1齊策一'에서 가져왔다. 

-전국책

 추기는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을 보좌한 재상이었다. 그가 거문고를 타던 위왕 곁에서 정치의 이치를 음악에 견준 이야기는 참으로 귀기울일 만하다.

 "음악의 이치는 정치의 이치와 통합니다. 대현大絃은 온화하고 듬직합니다. 이는 바로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 한 나라의 군주라면 침착 중후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여 먼 앞날을 내다보아야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소현小絃은 깨끗하고 맑으며 예리하여 그 분명함이 바로 대신과 같습니다. 대신들이 청렴하고 분명하지 않으면 흐리멍텅하게 일처리를 한 것인즉, 어찌 되겠습니까? 손가락으로 현을 뜯을 때 쓰는 힘이 묵직하고 손가락을 떼는 순간에는 느릿느릿 편안하니, 이는 정치적 명령이나 법령을 내리기에 앞서 깊이 생각하고, 만들어진 정책이 간편하여 행하기 쉬움을 나타냅니다."

-제나라 위왕

 이에 탄복한 위왕이 추기를 곁에 둠으로써 제나라는 전국시대 동방의 강국으로서 칠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추기는 참으로 지혜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자기가 던진 물음에 답한 세 사람의 말에 담긴 뜻을 분석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나의 아내와 작은마누라, 그리고 손님은 왜 나를 서공보다 멋지다고 했을까?' 생각하는 추기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은 참이다. 아내의 눈에 남편 추기는 그 무엇보다 앞일 수밖에 없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마누라와 손님은 자기 이익을 먼저 셈했기에 이들이 한 말은 참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사랑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마누라와 손님이 한 말은 '아첨'이다. 비위를 맞추며 알랑거리는 목적이 자기 이익에 닿아 있기에 그러하다. 좀 더 나은 자리로 가기 위해, 뒷돈 많이 생기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렇다.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재물을 손에 넣기 위해 꿀 바른 말이나 행동을 하는 자를 지도자라면 늘 경계해야 한다. 

 자기를 추켜세우는 말은 언제나 달콤하다. 그러나 그 달콤함 속에 조직을 기우뚱하게 만드는 독이 있다. 지도자라면 이런 때일수록 머리를 차갑게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귀를 바르게 열어야 한다. 

 

* 중국 고전 명문장은 온전히 '촛불횃불'이 번역하였으며, 이 고전 명문장[말]에 대한 '말'도 '촛불횃불'의 창작품입니다.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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