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코가 누가 더 지위가 높은지 쟁론을 벌였다. 입이 먼저 말했다.
“나는 예와 지금의 시비를 논할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나보다 윗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이 말을 들은 코도 내받았다.
“마실 것 먹을 것 모두 나 없으면 나누어 가를 수 없는데.”
그러자 눈이 코에게 말했다.
“나는 가까이 솜털의 끝까지 가려내고 멀리 하늘 저 끝까지 살필 수 있으니 나를 제일 앞에 두어야지.”
또 눈썹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넨 무슨 공을 세웠다고 내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가?”
눈썹이 입을 열었다.
“나는 비록 주인에 대한 손님처럼 아무 쓸모없다고는 하지만, 주인도 손님 없으면 예의를 차릴 수 없지. 만약 나 눈썹이 없다면 어떻게 얼굴 꼴을 갖추겠어?”
북송北宋의 왕당王讜이 엮은『당어림唐語林』에서 가져왔다.
조선 시대 가전체 수필『규중칠우쟁공기閨中七友爭功記』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다른 사람과 어깨를 겨루지 말라.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남다른 재능이 있다. 남다른 각각의 재능이 모여야 공동체는 빛난다. 한 가지 꽃이 한 가지 색깔로 핀 꽃밭보다 온갖 꽃들이 갖가지 색깔로 어우러진 꽃밭이 훨씬 아름답다.
꾀꼴꾀꼴 꾀꼬리가 개굴개굴 개구리 앞에서 가슴 내밀며 뻐기는 것 보았는가. 담장 너머로 얼굴 내민 해바라기가 아기자기 채송화를 낮보는 것 보았는가.
다시 목소리 높인다, 신영복 선생의 목소리로. ‘더불어 숲’.
口與鼻爭高下. 口曰:“我談古今是非,爾何能居上我?” 鼻曰:“飲食非我不能辨.” 眼謂鼻曰:“我近鑒毫端,遠觀天際,唯我當先. ”又謂眉曰:“爾有何功居上我?”眉曰:“我雖無用,亦如世有賓客,何益主人? 無即不成禮儀. 若無眉,成何面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