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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 응제왕應帝王  ‘응제왕應帝王’은 장자莊子> 내편 가운데 마지막 편이다. 이 편에서 장자는 자신의 정치에 대한 사상을 표현했다. 장자의 우주 만물에 대한 인식은 ‘도道’에 바탕을 두었다. 그는 온 우주 만물은 하나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분별할 수도,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였으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도 자연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인위적인 요소는 모두 외재적이고 부가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했기에, 장자의 정치적 주장은 바로 ‘불치위치 不治爲治’요 ‘무위이치無爲而治’였다. 이 둘은 이 편의 핵심이다. 어떤 사람이 ‘마땅히’ ‘제왕帝王’이 되어야 하는가? 당연히 자연에 맡길 수 있는 사람, 백성의 마음에 순응하는 사람, 그리고 ‘불언지교不言之敎’를 행하는 사람이다. 전문은 대체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6. 대종사大宗師  ‘종宗’은 ‘경모하다’, ‘우러러 존경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대종사大宗師란 우러러 존경할 만한 스승’을 말한다. 어떤 이를 이런 스승으로 일컬을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도道’이다. 장자는 자연과 사람은 하나라고 보았다. 그리고 사람의 삶과 죽음의 변화도 아무런 구별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장자는 맑은 마음과 깨끗한 정신을 가지고, 몸과 마음에 쌓인 잡념을 없애고 자유로운 영혼의 상태를 유지하며, 삶과 죽음까지 망각하고,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런 상태를 장자는 ‘도道’라고 했다. ‘대종사’는 모두 아홉 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是之謂眞人’까지이다. 이상 속의 ‘진인眞人’을 설정하고, ‘진인’은 ‘하늘’과 ‘인간’을 나누지 않을..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

5. 덕충부德充符 이 편의 중심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토론하는 데 있다. 곧 우주 만물의 본원적 관념과 일체성 관념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를 다룬다. 장자가 이곳에서 말하는 ‘덕德’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도덕이나 덕행이 아니라 일종의 심리적 상태를 가리킨다. 장자는 우주 만물은 하나같이 ‘도道’에서 비롯되고, 만물은 비록 천차만별이지만 결국은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관념 형태는 ‘망형忘形’과 ‘망정忘情’로 드러난다. 이른바 ‘망형’이란 물아物我가 모두 변화하고 사생死生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또 ‘망정’이란 총애와 모욕, 귀함과 천함, 좋아함과 싫어함, 시是와 비非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망형’과 ‘망정’의 정신 상태가 바로 장자가 말하는 ‘덕德’이다..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4. 인간세人間世 의 핵심은 처세의 이치에 대한 논의이다. 장자가 주장한 처세의 이치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이 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부분은 ‘可不懼邪’까지, 그 뒤가 나머지가 한 부분이다. 앞 부분은 전해오는 이야기 세 개를 제시하면서 자기의 의견을 가탁한다. 공자가 벼슬하려고 위衛 나라로 떠나는 안회顏回와 나누는 대화, 섭공자고葉公子高가 사신으로서 제齊 나라로 떠나며 공자에게 가르침을 간청하는 장면, 안합顔闔이 위衛 나라 태자의 스승으로 초빙되어 갈 때 거백옥蘧伯玉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장면 등을 통하여 처세의 어려움을 이르며 신중하지 않을 수 없음을 설명한다. 참으로 힘든 세상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장자』는 먼저 ‘심재心齋’, 곧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사를 마주함[..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장자莊子』는 달리 『남화경南華經』이라고 한다. 이는 전국시대 중엽 장자와 그의 후학들이 쓴 도가의 경문이다. 한나라 때에 이르러 장자를 ‘남화진인南華眞人’이라 높여 우러렀기에『장자』를 『남화경』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노자老子』 · 『주역周易』과 함께 ‘삼현三玄’이라고 일컫는다. 『장자』는 내편 · 외편 · 잡편, 모두 합하여 52편이었으나, 전국시대 중엽을 거쳐 말엽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지며 섞이고 더해지면서 서한 때 이르러 대체로 꼴을 이루었으나, 전해지던 원래의 판본이 사라지고, 지금은 33편만이 남았다. 서진 시기 곽상郭象이 정리한 이 책의 차례와 장절은 한나라 때와는 달랐다. 내편은 전국시대 장자 사상의 핵심을 대체적으로 대표하고 있지만 외편과 잡편은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기 1백여..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

3. 양생주養生主 이 편은 양생의 길을 이야기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양생주養生主’란 양생의 묘한 이치‘라는 뜻이다. 장자는 양생의 길은 자연에 순응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러자면 감정에도 치우치지 않고 외물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문은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可以盡年’까지이다. 이 부분은 전편의 대강大綱으로 양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緣督以爲經’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을 알린다. 다시 말하면, 자연의 변화와 발전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은 ‘得養生焉’까지이다. 포정이라는 요리사가 소를 분해하는 것으로 사람의 양생에 견주고, 처세나 생활이 모두 ‘因其固然’이요 ‘依乎天理’해야 함을 설명한다. 게다가 ‘中虛’라는 ‘유간有間’을 취해야만이 ‘遊刃有餘..

<장자莊子>'제물론 齊物論'

2. 제물론齊物論 『제물론齊物論』은『장자莊子·내편內篇』가운데 두 번째 편이다. 이 편은 모두 다섯 개의 상대적이고 독립적인 이야기를 잇달아 병렬하여 엮었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비록 관련된 구절이나 단락의 표시가 없을지라도 내용은 통일된 주제와 사상이 관통하고 있다. 게다가 개괄한다는 점에서, 또는 사상의 깊이라는 면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나아가며 이어지면서도 이어지지 않는 것 같고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앞뒤가 관통하고 서로 호응하는 멋진 짜임을 보인다. ‘제물齊物’은 그 어떤 차별도 시비도 미추도 선악도 귀천의 구분도 없이 모든 사물의 근본은 모두 똑같다는 뜻이다. 장자는 만물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변하기 때문에 구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장자의 이런 견해는 사물의 한..

견리망의見利忘義

. 見...보다 견 . 利...이익 이(리) . 忘...잊다 망 . 義...올바른 도리 의/ 정의 의 -이로운 것을 보면 도리를 잊다, 사리 사욕에 눈이 어두워 의리도 저버리다. 전고...동한의 반고가 편찬한 에 '무릇 친구를 팔아넘기는 놈은 이익을 보면 도의를 잊어버린다'( 夫 卖友者,谓见利而忘义也 .)는 구절이 있음. 덧붙이기...'견리사의見利思義'와 반대쪽에서 짝을 이루는 말.

사자성어 & 말 2023.12.10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두보杜甫

1. 원문 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 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麴車口流涎, 恨不移封向酒泉. 左相日興費萬錢, 飮如長鯨吸百川, 銜杯樂聖稱避賢. 宗之瀟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皎如玉樹臨風前. 蘇晉長齋繡佛前, 醉中往往愛逃禪. 李白斗酒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張旭三杯草聖傳, 脫帽露頂王公前, 揮毫落紙如雲烟. 焦遂五斗方卓然, 高談雄辯驚四筵. 2. 주석 1) 知章...하지장賀知章. 벼슬이 비서감에 이름. 천성적으로 마음이 넓고 활달하여 스스로 호를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함. 장안에서 이백을 보자마자 '적선인謫仙人'이라 일컬으며, 그 자리에서 당장 옆구리에 찼던 금거북을 끌러 술과 바꾸더니 통음함. 첫 두 구는 하지장이 취한 뒤 말등에 올랐는데, 흔들흔들 그 모습이 배에 탄 모습과 같..

한시漢詩 2023.07.02

단순과 진솔

왕자유王子猷가 배를 타고 서울 가는 길에 올랐다. 배가 부두에 정박한 채 아직 뭍에 오르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환자야桓子野가 피리를 잘 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알지는 못했다. 바로 이때, 환자야가 저편 강기슭을 지나가고 있었다. “저 사람이 바로 환자야입니다.” 왕자유는 배 안에서 환자야를 아는 어떤 이가 하는 말을 듣고 당장 사람을 보내 자기의 뜻을 전하게 했다. “당신이 피리를 잘 분다는 말을 진즉 들었소이다. 나를 위해 한 곡 들려주시구려.” 환자야는 당시 높은 벼슬을 한 적이 있었지만 왕자유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터라 즉시 수레에서 내려 배에 올랐다. 그리고 접의자에 앉아 왕자유를 위해 세 곡을 분 뒤에 다시 뭍에 올라 수레에 몸을 싣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모두 말 한 마디 나누지 ..

산문 마당 2023.06.21

교만과 겸손

“오로지 착하고 어진 행동만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으며 아무리 먼 곳에라도 이를 수 있습니다. 교만하면 손실을 불러오고, 겸손하면 이로움을 얻는 것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법칙입니다.” 惟德動天,無遠弗屆. 滿招損,謙受益,時乃天道. 『상서尙書』「대우모大禹謨」가운데 한 부분이다. 우禹는 순舜의 신하로서 큰물을 막아 다스리는 데 큰 공을 세움으로써 ‘대우大禹’로 높임을 받았다. 「대우모」는 우와 순, 그리고 백익伯益이 함께 나랏일을 두고 궁리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꼭지이다. 여기에서 ‘모謨’는 ‘모謀’와 통용한다. 한 달 동안 묘민苗民과 싸움을 벌였지만 이들은 험준한 지세를 방패삼아 완강히 버티며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익이 우에게 건의한 말이 바로 여기 인용한 부분이다. 이들..

산문 마당 2023.06.21

이연년가李延年歌-이연년李延年

1. 원문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2. 주석 1) 傾城, 傾國...여색 때문에 나라가 망함. 뒷날 여인의 용모가 매우 아름다움을 형용함. 2) 寧不知...어찌 알지 못하랴. 3. 옮기기 북쪽 지방에 아름다운 여인 있는데, 자태는 세상에 견줄 이 없이 하나뿐이라. 그녀가 성을 지키는 장수 한 번 보면 무기 버리니 성을 지키지 못하고, 그녀가 천하에 군림한 황제 한 번 보면 황제 마음 기웃 나라가 무너지네. 그대는 어찌 이 아름다운 여인을 모른단 말인가. 자칫 다시 만나기 어려울지니. 4. 덧붙이기 에 이런 기록이 있다. '어느날 궁중에서 벌어진 잔치에서 이연년이 춤을 추며 이 시를 노래로 불렀다. 이 노래를 들은 한무제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이렇게..

한시漢詩 2023.06.20

격양가擊壤歌-중국 고대 민요

1. 원문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于我何有哉! 2. 주석 1) 作...노동, 일. 息...휴식 2) 帝力...요제堯帝의 힘, 세력. 何有...무슨 영향이 있겠는가, 무슨 은혜를 베풀겠는가. 3. 옮기기 해 뜨면 밭에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집에 와서 쉬노라.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 먹을 것 얻노라. 이런 날들이 이렇게 편안한데 임금의 권력을 무에 선망하랴! 4. 붙이기 는 한 편의 순박한 민요이다. 에 '요 임금이 자리에 있을 때, 천하는 크게 태평하여 백성들은 아무 탈없이 잘 지냈다. 팔구십 나는 노인들이 손으로 땅을 두드리며 이 노래를 불렀다.'고 기록했다. 이 민요는 농경문화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한시漢詩 2023.06.18

송별送別-왕유王維

1. 원문 山中相送罷, 日暮掩柴扉. 春草明年綠, 王孫歸不歸? 2. 주석 1) 掩...닫다, 문을 닫다. 柴扉...사립문, 가난한 집을 비유하기도 함. 2) 明年...'年年'으로 된 곳도 있음. 王孫...귀족의 자손, 여기에서는 이별하여 보내는 친구를 가리킴. 3. 옮기기 깊은 산중에서 그대를 보내고 나서, 석양에 사립문을 닫았네. 내년에도 봄풀이 파릇하면, 그대 돌아올 수 있으려나? 4. 덧붙이기 왕유는 생활 속의 평범한 소재를 놓치지 않고 소박하고 자연적인 시어로써 깊고 진지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시인이다. 기원후 701년~기원후 761년. 이백과 그대로 겹치는 시대에 살았던 왕유는 화가이기도 했다.

한시漢詩 2023.06.17

문유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

1. 원문 綠蟻新醅酒, 紅泥小火爐. 晩來天欲雪, 能飮一杯無? 2. 주석 1) 綠蟻...새로 빚은 술을 아직 걸러내기 앞서 술 표면에 뜬 지게미의 색깔이 엷은 녹색에다 그 자잘한 모양은 개미 같아서 '녹의綠蟻'라 함. 아직 걸러내기 전에 술 위에 뜬 녹색의 포말. 醅...양조하다 2) 雪...눈이 내리다, 이 시에서는 동사로 쓰임. 無...의문을 표시하는 어조사[어기사] 3. 옮기기 새로 빚은 술 색깔은 연두에 향은 짙은데, 붉은 진흙으로 만든 화로에 발갛게 불꽃 활활. 날 어둡자 눈 내리려는데, 함께 따스한 술 한 잔 하지 않으려는가? (우리집에 새로 담은 쌀술 아직 거르지 않았는데 연두빛 포말에 향기가 코를 찌르네, 붉은 진흙으로 만든 화로는 달아서 술 데우기에 안성맞춤일세. 하늘은 무겁게 가라앉아 밤..

한시漢詩 2023.06.17

장진주將進酒-이백李白

1. 원문 將進酒 李白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朝如青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會須一飲三百杯。 岑夫子,丹丘生,將進酒,杯莫停。 與君歌一曲,請君爲我傾耳聽。(傾耳聽 一作:側耳聽) 鍾鼓饌玉不足貴,但願長醉不願醒。(不足貴 一作:何足貴;不願醒 一作:不復醒)` 古來聖賢皆寂寞,惟有飲者留其名。(古來 一作:自古;惟 通:唯) 陳王昔時宴平樂,鬪酒十千恣歡謔。 主人何爲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五花馬、千金裘,呼兒將出換美酒,與爾同銷萬古愁。 2. 주석 1) 장진주-권주가, 將...청컨대 장, 원하다, 청하다. 君不見...악부에서 흔히 쓰임. 天上來...황하의 발원지는 칭하이성靑海省, 이곳의 지세가 매우 높기에 이렇게 표현함. 2) 高堂...높고 넓..

한시漢詩 2023.06.15

표리부동表裏不同

어떤 이가 자기 아버지가 병이 들자 의원을 모셨다. “이 병은 고칠 길이 없소이다. 다만 그대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키면 고칠 수 있소이다. 그대의 넓적다리 살을 한칼 잘라 약으로 드시게 하면 고칠 수 있소이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그야 어렵지 않지요.” 이렇게 말하곤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문간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 걸 보자 손에 든 칼로 넓적다리 살을 발랐다. 누웠던 사람이 깜짝 놀라 펄쩍 뛰자 아들 된 이 사람은 그 사람을 손으로 가만 누르면서 이렇게 일렀다. “쉿! 그대 넓적다리 살점으로 우리 아버지 살리니 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 아니겠소.” 명明 나라 때 취월자醉月子가 편찬한『정선아소精選雅笑』「할고割股」전문이다. 마음이 음흉하여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를 만나 낭패 보..

산문 마당 2023.06.12

여황제 무측천武則天의 첫 번째 남총男寵-설회의薛懷義

당나라 세 번째 황제 고종 이치李治가 세상을 떠났다. 기원후 683년 섣달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바로 앞서 한 장의 조서를 남겼다. -태자 이현李顯을 황제의 자리에 즉시 앉혀라. 하지만 나라의 큰일 처리에 성근 부분이 있을 때는 천후天后의 가르침에 따라 결단토록 할지니라. 여기서 이르는 천후란 바로 무측천을 가리킨다. 그런데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으니, 고종 이치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조서는 대당의 땅덩어리를 두 손 받들어 다른 이의 손에 넘길 뻔한 일로 발전했다. 사흘 뒤, 이현은 당나라 네 번째 황제 중종으로서 자리에 올랐고, 무측천은 황태후로 높여졌다. 바로 이해, 무측천은 나이 예순으로 당시로서는 자못 늙은이였다. 그런데 온 천하를 흔들 만큼 큰 권세를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가..

문과수비文過遂非

. 文 - 가리다/감추다/숨기다 문 . 過 - 잘못/허물 과 . 遂 - 따르다/순응하다 수 . 非 - 허물/잘못 비 - 잘못(허물)을 감추고 잘못된 행위에 길들여 순응하며 따르다. >잘못된 행위를 잘못이 아닌 것처럼 꾸미어 고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 이런 행위에 순응하여 따르다. *전고 북송 때 소식의 에, '게다가 최근의 일들은 잘못된 행위를 잘못이 아닌 것처럼 꾸미어 고치지 않는 풍조가 있으니, 이 때문에 저는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나이다.' (而近日之事, 乃有文過遂非之風, 此臣之所以憤懑太息而不能已也.)라는 구절이 있음. *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첫손꼽았지만, 어깨를 다투었던 '욕개미창欲蓋彌彰', '문과수비'는, 말은 다르지만 오늘을 '누란지위累卵之危'로 본다는 ..

사자성어 & 말 2022.12.12

누란지위累卵之危

. 累 - 쌓일 누 . 卵 - 알 란 . 之 - ...는/...하는(일반적인 수식 관계를 나타내는 구실을 하는) 지 . 危 - 위태할 위 - 쌓아 올린 계란처럼 몹시 아슬아슬한 위기. *전고 동한의 사상가 왕부王符의 에, '쌓아 올린 계란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살면서 태산 같은 평안을 도모하니.' (居累卵之危而圖泰山之安...)라고 했으며, 이보다 앞서 사마천은 에서, '진나라는 지금 위태롭기가 계란을 쌓아 올린 것 같으니, 저를 쓰시면 안녕을 얻을 것이외다. (秦王之國, 危如累卵, 得臣則安.)라고 했음.' *말의 말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1백 5십 명 넘게 죽었다. 죽게 생겼다고,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손을 내미는 이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아슬아슬하다. 언제 또 이런 참사가 다시 터질 것만..

사자성어 & 말 2022.12.11

욕개미창欲蓋彌彰

. 欲 - 하고자 할 욕 . 蓋 - 가릴/감출 개 . 彌 - 점점 더/더욱 더/한층 더 미 . 彰 - 드러날 창 - 감추려고 할수록 더욱 더 드러나다. > 진상을 감추려고 하다가 도리어 마각이 드러나다. *전고 에, 어떤 이는 명성을 얻으려고 했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했고, 어떤 이는 제 이름을 감추려고 했지만 그 이름이 오히려 지금 널리 알려졌으니, 불의를 징벌함이라. (或求名而不得, 或欲蓋而名章. 懲不義也.) *말의 말 -진실은 죽지 않는다. 내가 쓴 이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라는 꼭지를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제 목숨을 내놓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 기꺼이 나서려는 이가 역사에는 꼭 있게 마련이다.

사자성어 & 말 2022.12.11

과이불개過而不改

. 過 - 잘못, 과실, 과오 과 . 而 - 말 이을 이, (순접順接의 경우도 있고 역접逆接의 경우도 있음) . 不 - 아닐 불, 아닐 부 . 改 - 고칠 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음. *전고 에, "공자께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잘못이라 하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는 구절이 있음. (子曰 : '過而不改, 是謂過矣.') *그러나 더 무서운 건, 자기의 잘못을 덮으며 한사코 가리려는 데 있다. 아니, 이보다 더 무서운 건, 자기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려는 데 있다. * '不' 자는 바로 잇달아 나오는 음의 첫소리가 'ㄷ'이나 'ㅈ'이면 '부'로 읽고, 그 밖에는 '불'로 읽는다. 예컨대, '不道德' 이나 '不正'은 각각 '부도덕', '부정'으로 읽는다. * '而'는 쓰임이 매우 다양하..

사자성어 & 말 2022.12.11

아비의 훈계

무릇 군자라면 고요한 마음으로 심신을 수련하고 검박한 태도로 덕을 닦아야 하느니라. 세속의 명예와 이익을 멀리하지 않으면 자기의 뜻을 분명히 할 수 없으며, 심신이 고요하고 깨끗하지 않으면 먼 앞날을 내다볼 수 없으니라. 학문을 함에 평정을 유지해야 근원에 이를 수 있고, 공부하지 않으면 재능을 펼칠 수 없으며, 포부가 없으면 학문에 성취를 이룰 수 없느니라. 태만하고 방종하면 정신을 진작시킬 수 없으며, 경솔하고 조급하면 타고난 품성을 갈고 닦을 수 없느니라. 세월은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의지도 시간과 함께 사라짐이 마른나무가 잎 시들어 떨어짐과 같으니, 세상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하고 늘그막에 헐어진 집 지키며 지난날을 안타까워한들 어떻게 돌이킬 수 있겠는가? (夫君子之行,靜以修身,儉以養德。非淡泊無..

산문 마당 2022.11.22

글 읽는 소리

솔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멧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학이 우는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섬돌에 빗방울 듣는 소리, 창문에 눈 내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그지없이 맑지만 글 읽는 소리가 제일이다. (松聲, 澗聲, 山禽聲, 野蟲聲, 鶴聲, 棋子落聲, 雨滴階聲, 雪灑窓聲, 皆聲之至淸者也, 而讀書聲爲最.) 남송南宋 때 학자 예사倪思의『경서당잡지經鋤堂雜志』에서 뽑아왔다. 반세기 전만 해도 글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자그마한 마을 고샅길에 넘쳤다. 낭랑한 이 소리는 높낮이가 있었고 박자가 있었기에 그대로 음악이었다. 강화읍성에 상륙한 프랑스 군인이 나지막한 초가집일망정 집집마다 책이 가득하고, 골목길 휘돌 때마다 글 읽는 소리 넘치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 않은가. 짬..

산문 마당 2022.11.22

멸문지화를 막은 여인-조괄趙括의 어머니

기원전 262년에 시작되어 기원전 260년까지 무려 세 해 동안 장평長平(지금의 산시성山西省 가오핑시高平市) 땅에서 벌어진 ‘장평대전長平大戰’은 전국시대 막바지 누가 마지막 패자가 되느냐를 놓고 겨룬 큰 전쟁이었다. 맞상대는 조趙 나라와 진秦 나라. 당시 조나라 군주 효성왕孝成王은 ‘호복기사’로 이름을 떨친 무령왕의 손자였으며, 진나라 군주 소왕昭王(소양왕昭襄王이라고도 함)은 상앙商鞅이 추진했던 개혁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밀고 나간 혜왕惠王의 손자였다. 이들이 천하를 둔 건곤일척의 패를 던졌다. 상앙을 곁에 두었던 진나라 효공 이후 이 나라의 모든 얼개는 칠웅 가운데 마지막 일웅이 되기 위한 전시 체제였다. 전쟁터에서 베어 온 적군의 머리 숫자가 곧 논공행상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체제를 몇 십 년 동안 이..

돼지 잡은 증자曾子

증자의 아내가 저자에 가려고 나서자 아이가 꽁무니에 붙으며 홀짝홀짝 울었다. 그러자 어미가 아이에게 이렇게 일렀다. “집에 있어라, 그러면 어미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서 먹도록 할게.”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이 돼지를 잡아서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막아서며 말했다. “아이와 농담으로 한 말일 뿐이었어요.” 이 말에 남편은 이렇게 맞받았다. “아이는 농담할 상대가 아니외다. 어린 아이가 무슨 지혜가 있겠소?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서 배울 따름이오. 부모의 가르침을 따를 뿐이란 말이오. 오늘 당신이 이 아이를 속이면 아이에게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오. 어미가 아이를 속이면 아이는 어미를 믿지 않을 터이니, 이건 교육이 아니외다.” 말을 마치자 증자는 돼지를 잡아서 삶았다. ..

산문 마당 2022.11.21

남우충수濫竽充數

. 濫 - 부실하다, 가짜 남/람 . 竽 - 피리 우 . 充 - 가득 채우다 충 . 數 - 일정한 수량이나 수효 수 > 재능이나 실력이 모자라는 이가 끼어들어 머리 숫자만 채우다. >>재주가 없는 사람이 재주가 있는 것처럼, 좋지 않은 물건을 좋은 물건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를 비유함. >>>피리[竽]를 불 줄 모르는 이가 피리 연주단에 섞여 들어가서 대원의 숫자를 채우는 경우를 빗댐. ***전고 에, '제나라 선왕宣王은 피리[竽] 연주에 연주단을 꼭 3백 명으로 채우도록 하였다. 남곽 처사 南郭 處士가 왕을 위해 피리 연주단에 끼어들었다. 왕은 이들의 연주를 좋아하여 이 수백 명에게 녹봉을 내렸다. 선왕이 세상을 떠난 뒤에 민왕湣王이 자리를 이었다. 민왕은 (연주단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따로 하..

사자성어 & 말 2022.11.21

토사구팽兎死狗烹

. 兎 ... 토끼 토 . 死 ... 죽을 사 . 狗 ... 개 구 . 烹 ... 삶을 팽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기 됨.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 >>> 섬기는 이를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충성을 바쳤지만, 일이 이루어지자 버려지거나 목이 내려지는 화를 당했을 때 쓰는 말이기도 함. *전고 에, ' 하늘 나는 새 다 잡으면 멋진 활은 쓸모 다 했으니 거두어 들이고, 교활한 토끼 다 잡으면 사냥개도 할 일 다 했으니 삶아 없앤다.'는 구절이 있음. (飛鳥盡, 良弓藏 ; 狡兎死, 走狗烹.) >서한의 개국 공신이었지만, 결국은 칼을 받게 된 한신韓信도 위 인용한 말에 덧붙여, '맞..

사자성어 & 말 2022.11.19

삼인성호三人成虎

. 三 - 셋, 여럿 삼 . 人 - 사람 인 . 成 - 이룰 성 . 虎 - 범, 호랑이 호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말. ...다시 말하면, '여러 사람이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임 *전거 에, '저자에 호랑이가 없음이 분명한데도, 세 사람이 입을 모으면 호랑이를 만들어낸다.' (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라고 함. "검찰 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曾子殺人'이요 '삼인성호三人成虎'이다."라고 목소리 높인 이가 있다. 그럴까?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럴지도 모른다. 눈 부릅뜨고 진실을 지켜볼 일이다. 무섭다. 지난날, 서울특별시 공무원 유우성은 간첩이 되었다, 멀쩡한..

사자성어 & 말 2022.11.18

독서 환경

역사는 눈빛[雪光]에 읽어야 속까지 비치는 환함으로 거울삼을 수 있다. 제자백가는 달빛을 벗 삼아 읽어야 깊고 그윽한 운치를 맛볼 수 있다. 불교 경전은 예쁜 아가씨를 앞에 두고 읽어야 헛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산해경山海經』,『수경水經』, 그리고 총서와 간단한 역사는 성근 청죽이나 차가운 바위 또는 푸른 이끼를 곁에 두고 읽어야 끝없는 즐거움과 넓고 가없는 논평을 받아들일 수 있다. 충신과 열사의 전기는 피리 불고 북 치며 읽어야 이들의 이름을 드날릴 수 있다. 간신배와 아첨꾼 이야기는 칼 차고 술잔 들고 읽어야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이소離騷』는 인적 없는 산속에서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읽어야 골짜기를 놀라게 할 수 있다. 부賦는 물결이 미친 듯 고함치며 읽어야 회오리바람 일으킬 수 있다. 시와..

산문 마당 2022.10.26